경찰은 “죄 안된다”는데…검사가 두 번 되살린 ‘통매음’ 고소
경찰은 “죄 안된다”는데…검사가 두 번 되살린 ‘통매음’ 고소
불송치→이의신청→보완수사…핑퐁 수사에 시민 혼란, 변호인단 “유죄 판단보다 절차적 완결성 확보 목적일 것”

게임 채팅 중 성적 단어 사용으로 고소당한 시민이 경찰의 '혐의없음' 판단에도 검찰의 거듭된 수사 요구로 혼란을 겪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게임 채팅 중 성적 단어를 사용해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로 고소당한 시민이 경찰의 연이은 ‘혐의없음’ 판단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거듭된 수사 요구로 혼란에 빠졌다. 경찰이 두 번이나 사건을 종결했지만, 검찰이 ‘피의자 조사를 하라’며 사건을 되살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검사가 유죄를 확신했다기보다는, 수사 절차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찰 “죄 안돼” vs 검사 “조사해봐”…시민은 ‘어리둥절’
사건의 시작은 온라인 게임 채팅이었다. A씨는 상대방 닉네임을 언급하며 '보X'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을 올렸다가 통매음 혐의로 고소당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로 보내지 않는 '불송치(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고소인이 이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하자, 사건은 법에 따라 자동으로 검찰에 넘어갔다.
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고, 경찰은 다시 한 번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또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A씨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지시했다.
A씨는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직접 “이 정도는 아니다. 안 된다. 그래서 각하했는데, 검사가 '되니까 피의자 조사 한번 해 봐라. 피의자 진술 듣고 다시 판단해 보라'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깊은 혼란에 빠졌다.
‘송치요구 불요’는 끝난 게 아니다?…낯선 법률 용어의 진실
A씨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 것은 ‘송치요구 불요(이의신청)’라는 낯선 법률 용어였다. A씨는 이를 사건 종결 신호로 이해했지만, 검찰은 다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우선의 이민철 변호사는 “말씀하신 '송치요구 불요'라는 표현은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인해 경찰이 법적으로 당연히 검찰로 사건을 넘겨야 하는 상황이므로, 검찰이 별도로 경찰에 사건 송치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실무적인 전산 용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사건은 이미 검찰의 손에 정상적으로 넘어간 상태라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한강의 고용준 변호사 역시 “‘송치요구 불요’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사건이 완전히 끝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라며 절차상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검사는 왜 사건을 되살렸나…'유죄' 아닌 '절차' 때문?
그렇다면 검사는 왜 경찰의 ‘혐의 없음’ 판단을 뒤집고 조사를 강행하려 했을까? 다수 변호사들은 실제 유죄 판단보다는 '절차적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민철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 피의자 조사 없이 각하 처분이 내려졌으나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한 경우, 검사 입장에서는 고소인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나 피의자의 입장을 전혀 듣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최종 종결하는 것에 절차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도 “검사가 이의신청을 기각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자 피의자 진술을 요구하는 경우도 실무상 존재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피의자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가 나중에 ‘수사 미진’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담을 덜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경찰도 아니라는데” 섣부른 안심은 금물…핵심은 ‘성적 목적’ 소명
결국 이 사건의 운명은 A씨의 조사 결과에 달리게 됐다. 법률 전문가들은 통매음죄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성적 목적’ 유무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는 경찰 조사 대비책으로 “지금 바로 하셔야 할 행동은 경찰 조사에 대비하여 당시 게임 내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게 된 전후 사정이나 상대방이 먼저 도발한 내역 등이 있는지 확인하고, 성적인 목적이나 비하 의도가 없었음을 명확히 주장할 수 있도록 답변을 정리해 두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경찰도 죄가 안 된다고 했다’는 식의 태도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이번 조사에서 '경찰도 아니라고 했다'만 반복하면, 정작 검사가 확인하려는 문구·목적·맥락의 빈칸이 고소인 주장대로 채워질 수 있습니다”라며, 당시 채팅 흐름, 발언 전후 대화, 성적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을 순서대로 정리해 진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