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남편이 갑자기 이혼 통보…'아이 데리고 한국 가면 납치범 되나요?'
독일서 남편이 갑자기 이혼 통보…'아이 데리고 한국 가면 납치범 되나요?'
결혼 9년차 독일 거주 주부의 눈물…'헤이그 아동탈취 협약' 두고 변호사들 의견도 '극과 극'

9년간 유학 뒷바라지한 남편에게 독일에서 이혼 통보받은 아내. 아이들과 귀국하려다 '국제아동탈취' 경고를 받았다. /셔터스톡
남편 유학 뒷바라지 9년 만에 독일에서 이혼 통보를 받은 주부,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려다 '국제 아동 납치범'이 될 수 있다는 경고에 직면했다.
남편의 유학 생활을 위해 독일로 떠나 9년간 살림과 육아에 헌신한 A씨. 그녀는 최근 남편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일방적인 이혼 통보를 받았다. "정신적, 육체적 교류가 없다"는 것이 남편이 내세운 이유다. 만 8세, 만 5세 두 아이를 위해서라도 가정을 지키고 싶은 A씨는 남편의 완강한 태도에 아이들을 뺏길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해외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가정의 위기. A씨는 변호사들에게 가정을 지킬 방법과 최악의 경우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물었다.
벼랑 끝의 선택 ①: "이혼 거부", 무작정 버티는 게 능사일까
A씨의 첫 번째 질문은 "이혼을 계속 거부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변호사들은 일단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편이 주장하는 '교류 부족'만으로는 법원이 이혼을 선고하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법무법인 대진의 이동규 변호사는 "별거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혼인이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혼인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혼인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의 증거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작정 거부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국적 바꾸는 남편, 어느 나라 법 따르나
A씨의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변수는 남편의 '독일 국적 취득' 시도다. 만약 남편이 독일인이 되면, 이혼 소송은 어느 나라 법을 따르게 될까. 이는 재산분할부터 양육권까지 모든 것을 뒤흔들 수 있는 핵심 문제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부부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을 유지하면 한국법 적용이 가능하다"면서도 "국제사법상 (부부가 함께 거주하는) 상거소지 법률도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즉, 두 사람의 주 생활지가 독일인 만큼, 남편이 독일 국적을 취득하면 독일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경우를 대비해 독일 현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독일법상 권리를 확인해두는 것이 시급하다.
벼랑 끝의 선택 ②: "아이와 함께 귀국", 모성애인가 아동탈취인가
절박한 상황에 몰린 A씨가 가장 궁금해한 것은 "남편과 상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에 가도 되느냐"는 점이었다. 모성애에서 비롯된 이 생각은, 법적으로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한국과 독일 모두 가입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언급하며 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희망이라 여겼던 '한국행'이 졸지에 '아동 탈취'라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부모 중 한 명의 동의 없이 자녀를 다른 나라로 데려가는 행위는 형사 처벌은 물론, 양육권 소송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은혜 변호사는 "형사처벌 위험이 있고, 양육권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국제적 아동탈취로 간주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며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을 주문했다.
반면, 국제 이혼 소송 실무 경험이 풍부한 35년 경력의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다른 변호사들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파격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그는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오는 행위에 대해 "문제되지 않는다"고 단정적으로 답했다.
그 근거로 "자녀양육권은 (일단) 데리고 있는 사람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실무적 관행을 제시했다. 이는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을 근거로 '절대 불가'를 외친 다른 변호사들의 원칙론적 경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국제 아동 납치'라는 범죄로, 다른 한쪽에서는 '양육권 확보를 위한 현실적 수단'으로 보는 극단적인 시각차는 국제 이혼 분쟁이 가진 법적 해석의 위험성과 복잡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섣부른 행동 하나가 아이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양육권 전쟁의 승패, '기록'에 달렸다
결국 A씨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은 '기록'이다. 법원은 오직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양육권자를 결정한다. 누가 아이를 더 안정적으로 잘 키울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주 양육자'로서의 역할을 입증할 자료를 모으라고 조언했다. ▲아이의 식단, 병원 방문, 학교생활 등을 상세히 적은 양육 일지 ▲아이와 함께 찍은 수많은 사진과 영상 ▲학교 및 병원 기록 ▲안정적인 주거 환경과 경제력을 보여줄 자료 등이 모두 무기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