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첫 '급발진 인정', 5년 만에 대법원에서 뒤집혔다…다시 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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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사상 첫 '급발진 인정', 5년 만에 대법원에서 뒤집혔다…다시 원점으로

2025. 09. 01 08:43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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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엔진 결함으로 브레이크 작동 안 해" 첫 급발진 인정했지만

대법 "브레이크등 안 켜진 점 설명 못해" 파기환송

BMW 급발진 사고로 사망한 부부 사건에서 2심은 제조사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며 유족의 싸움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셔터스톡

시속 200km 질주 끝에 60대 부부가 숨진 BMW 사고, 사법사상 처음 '급발진'을 인정한 2심 판결이 5년 만에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차량 결함 입증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한 판결로, 유족의 힘겨운 싸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속 200km 질주 비극, 기적의 판결은 왜 나왔나

사건은 2018년 5월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정비를 마친 지 하루 된 BMW 승용차가 갑자기 통제 불능 상태로 300m가량을 질주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대를 잡은 60대 남편과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현장에서 숨졌다. 유족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이라며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족에게 패소 판결했다. 사고 차량에서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주된 근거였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평소 운전 습관이 양호했던 부부의 이력과 사고 직전까지 정상 주행한 점을 들어 운전자 과실 가능성을 낮게 봤다.


특히 "엔진 결함 시 브레이크를 쉽게 밟도록 돕는 '진공 배력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페달이 딱딱해지고, 이 경우 제동등이 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 감정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는 급발진 사고에서 제조사 책임을 인정한 사법사상 첫 판결이었다.


대법원의 제동, 꺼진 브레이크등에 다시 쏠린 시선

모두의 이목이 쏠렸던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의 최종 선택은 파기환송(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돌려보내는 결정)이었다. 대법원은 '제품 결함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에 대한 증명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는 제조물책임법의 대원칙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1심과 마찬가지로 '꺼져 있던 브레이크등'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실제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설령 밟았더라도 엔진 이상만으로 제동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운전자가 당황해 페달을 오인했을 가능성을 끝내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해당 차종에서 유사한 급발진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5년간 이어진 법정 다툼은 다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하게 됐다. 유족 측은 줄곧 차량의 기계적 결함을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며 제조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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