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50% 할인'의 덫…사인 즉시 2억 빚더미
'월세 50% 할인'의 덫…사인 즉시 2억 빚더미
경매 앞둔 임대인의 위험한 제안, 독소조항 살펴보니

월세 50% 감면을 제안받은 임차인. 하지만 합의서에는 계약 파기 시 2억 원의 빚과 재산의 즉시 압류를 인정하는 독소조항이 있었다. / AI 생성 이미지
월세 3개월 연체로 가게를 비우려던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월세 50%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그러나 합의서에는 계약 파기 시 약 2억 원의 빚을 즉시 떠안고, 소송 절차도 없이 재산을 압류당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숨겨져 있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만장일치로 '절대 서명 불가'를 외치며 조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과실 하나에 2억"…사전 인정 강요하는 손해배상 조항
월세 3개월 연체로 자진해서 가게를 비우겠다던 임차인 A씨. 임대인은 월세를 절반으로 깎아줄 테니 계약을 유지하자며 합의서를 내밀었다.
하지만 합의서 제6조 ②항은 'A씨의 과실로 본 합의서 또는 종전 계약이 파기될 경우', 과거 1년간 면제받았던 렌트프리(임대료 무상 기간) 금액 1억 3,728만 원과 보증금 대신 받은 인테리어 지원금 6,000만 원, 그리고 밀린 월세와 이자까지 모두 손해배상금으로 부담할 것을 '사전에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법무법인 심(心)의 심준섭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임차인의 과실로 파기'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단순 연체나 경영 악화도 파기 사유로 몰아 거액을 청구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2억 원에 달하는 빚을 미리 인정하라는 조항인 셈이다.
"소송 없이 재산 압류"…법 위에 서려는 임대인의 압박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제6조 제3항이었다. 해당 조항은 임차인이 위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별도의 소송 없이도 임대인이 청구할 수 있음을 이의 없이 인정하며, 임대인은 임차인의 개인 자산에 대한 가압류 등 보전 처분을 즉시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재판을 통해 다툴 수 있는 임차인의 방어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소송 없이 청구 가능 및 즉시 가압류 가능이라는 문구는 법원의 판단 절차를 배제하는 내용으로서, 그대로 인정되지도 않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 역시 "가압류를 즉시 인정한다는 조항은 추후 임대인이 법적 절차를 밟을 때 임차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한합니다"라며 해당 조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효력과 별개로, 임차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매 중 '비밀 합의'의 이중 함정…전문가들 '만장일치' 경고
임대인은 A씨에게 “렌트프리 기간이 길어서 법원에서 그러면 뭐 사기죄, 손해보상등으로 고소가 나갈꺼다”라며 합의서 서명을 압박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단순 연체·폐업은 보통 민사 영역이고, 처음부터 속일 의사 입증이 핵심이라 '렌트프리가 길다'는것 만으로 바로 사기로 보긴 어렵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진짜 위험은 해당 건물이 경매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있었다. 강 변호사는 “낙찰로 소유자가 바뀌면 합의가 승계되지 않거나 차임 조정 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 또한 “경매 진행 중이면 임대인의 지위, 보증금 및 대항력 문제, 배당 위험이 얽혀 합의를 임대인 단독으로만 하면 보호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임대인과 맺은 '비밀 합의'는 새 건물주에게 효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은 '절대 서명 불가'…"삭제·수정이 우선"
모든 법률 전문가는 해당 합의서에 그대로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푸름 법률사무소의 이푸름 변호사는 "질문자님이 제시하신 제6조는 임차인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으로 보입니다. 특히 렌트프리 전액, 시설지원금 전액 및 기타 손해를 일괄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향후 분쟁 시 임차인에게 중대한 위험이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검토하신 후 서명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의 김강희 변호사는 “이 합의서는 그대로 쓰기보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삭제하거나 줄이고, '임차인의 과실' 범위도 명확히 좁혀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위험한 독소조항을 삭제하거나 대폭 수정하고, 경매 진행 상황과 대항력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에야 합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