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약 대리처방의 덫…'마약사범'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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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약 대리처방의 덫…'마약사범' 될 줄이야

2025. 11. 17 09:4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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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명의 도용해 1년간 약 처방, 경찰 조사 통보에 '막막'…변호사들 '주민등록법·마약류관리법 위반, 초동 대응이 처벌 수위 가른다'

후배 명의를 도용해 다이어트 약을 대리 처방받은 여성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후배 이름 빌려 다이어트 약 처방…'마약사범'으로 경찰 조사받게 된 사연


"경찰입니다. OOO씨 명의도용 건으로 조사받으셔야겠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A씨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시작했던 다이어트 약 대리처방이 자신을 '피의자'로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다.


A씨는 2022년부터 약 1년간 대학 후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병원에서 다이어트 약을 처방받았다. 당시만 해도 신분증 확인 절차가 허술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비밀은 1년 만에 들통났다. 연말정산을 하던 후배가 자신의 이름으로 정체불명의 의료 기록이 남은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가벼운 명의도용? 3년 이하 징역의 중범죄"


A씨의 행동은 먼저 '주민등록법'을 정면으로 위반한다. 법무법인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타인의 동의 없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부정하게 사용한 행위는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주민등록법 제37조는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한 사이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중범죄로 이어진 셈이다.


"다이어트 약이 왜 마약? '뇌 중추신경 흥분제'이기 때문"


더욱 심각한 문제는 A씨가 처방받은 약이 '마약류'일 가능성이다. 흔히 '나비약'으로 불리는 펜터민, 디에타민 성분의 다이어트 약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식욕을 억제하는 원리가 뇌의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환각이나 심각한 의존성·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마약류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다. A씨는 살을 빼려 했을 뿐이지만, 법적으로는 마약류를 불법 취득한 '마약사범'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국가 법익' 침해한 죄"


A씨는 "후배와 합의하면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지만, 변호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법무법인 지혁 안준형 변호사는 "마약류 범죄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검찰로 송치된다"고 단언했다.


명의도용(주민등록법 위반)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개인적 법익' 침해 범죄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정상 참작에 큰 영향을 준다. 하지만 마약류 범죄는 국민 보건을 해치고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적·사회적 법익' 침해 범죄다. 따라서 개인 간의 합의로 국가의 형벌권을 소멸시킬 수 없는 것이다.


"골든타임은 첫 경찰 조사…'기소유예'가 최선"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길은 있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낮출 '골든타임'으로 첫 경찰 조사를 꼽았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경찰 단계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어떻게 진술하고 대응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강조했다.


A씨가 노릴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검찰 단계의 '기소유예' 처분이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행 동기나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결정으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명의를 도용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사정과 진심 어린 반성 ▲피해자인 후배와의 원만한 합의 ▲재범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 등을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부른 혹독한 대가. 이번 사건은 다이어트를 향한 간절함이 어떻게 한 사람을 범죄의 늪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경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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