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보상, '빠른 길'과 '바른 길'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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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보상, '빠른 길'과 '바른 길'의 갈림길

2026. 05. 12 09:0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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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명령 vs 민사소송, 법전에 숨겨진 최적의 해법은?

성범죄 피해자는 신속한 '형사배상명령'과 더 큰 보상을 위한 '민사소송' 중 선택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민사소송은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큽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혼자 할 엄두도 나지 않아요." 강제추행 가해자의 형사재판을 앞둔 한 피해자의 호소다.


450만 원의 피해 비용을 받아내기 위해, 비용 없이 빠른 '형사배상명령'과 시간과 돈이 들지만 더 큰 보상을 노리는 '민사소송' 사이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연 어떤 선택이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의 엇갈리는 조언과 법적 근거를 토대로 최적의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비용 0원, 일단 신청"…빠른 회복의 유혹 '형사배상명령'


전문가 다수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느끼는 피해자에게 형사배상명령을 첫 번째 카드로 권한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신청하는 이 제도는 별도의 민사소송 없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을 열어준다.


법무법인 필승의 김준환 대표변호사는 "비용(인지대, 송달료)이 전혀 들지 않으며, 확정 시 판결문과 동일한 집행력을 가져 가해자 재산 압류가 가능합니다"라며 제도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 역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라며 신속한 신청을 조언했다.


법적으로도 강제추행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배상명령 대상 범죄로 명시돼 있다. 따라서 피해자가 지출한 치료비, 상담비 등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450만 원의 지출 증빙이 명확하다면 이 부분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위자료 포함 시 각하"…배상명령의 냉혹한 한계


하지만 이 '지름길'에는 함정이 있다. 배상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법원이 신청을 각하(서류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범죄 피해의 핵심인 정신적 손해배상, 즉 위자료 산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법무법인 선한 허자인 변호사는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거의 각하 결정이 내려지고, 직접적 피해와 관련없는 것이 조금이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거의 각하되는 점을 참고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경고했다.


위자료 액수가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법원이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결국 치료비 등 객관적 증빙이 있는 450만 원만 청구할지, 각하를 감수하고 위자료까지 청구할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법무법인 유안 조선규 변호사는 "해당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각하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라며 배상명령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실익이 더 크다"…시간 걸려도 민사소송 가야 하는 이유


이 때문에 일부 변호사들은 배상명령을 건너뛰고 곧장 민사소송으로 가야 '실익'이 크다고 주장한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대표변호사는 "형사배상명령보다 민사소송이 피해자분에게 실익이 더 큽니다"라고 단언했다. 민사소송에서는 배상명령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변호사 선임비용 일부와 사건으로 인한 수입 감소(일실수입)까지 다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자의 형사 유죄 판결문은 민사소송에서 '절대 무기'가 된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이미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된다면, 민사소송에서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다툴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강제추행 위자료는 추행 정도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인정된다.


법무법인 공명 김준성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사판결문이 있다면 10년에 한 번씩 시효를 연장하며 계속해서 가해자의 재산을 조회해볼 수 있다"며, 평생 가해자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실적 대안은 '투 트랙 전략'과 '무료 법률 지원'


그렇다면 피해자의 최선책은 무엇일까? 대다수 전문가들은 '선(先) 배상명령, 후(後) 민사소송'이라는 단계적 접근을 현실적인 해법으로 제시한다.


법무법인 반향 정찬 변호사는 "우선 형사 단계에서 최대한 자료를 갖춰 신청하고, 판결 결과를 본 뒤 추가 대응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배상명령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면 소송을 끝내고, 부족하거나 각하되면 그때 민사소송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민사소송 비용이 부담된다면 다른 길도 있다. 묘수 법률사무소 안형서 변호사는 "형사배상명령이 확정되었으나 배상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국선변호인 제도나 법률구조공단, 또는 공익법센터 공감(https://www.kpil.org/lawsuit/) 등을 통해 민사소송 관련 무료 법률 지원을 받으시길 권해 봅니다"라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결국 어떤 길을 택하든, 피해 회복을 위한 싸움은 고독하지만 다양한 법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피해자의 상황에 맞는 치밀한 전략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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