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 나눠 낼게요" 가해자 약속, 믿고 고소 취하했다간?
"합의금 나눠 낼게요" 가해자 약속, 믿고 고소 취하했다간?
전문가들 "완납 전 취하는 최악의 수, 돈 잃고 처벌 기회도 상실"

고소는 한번 취하하면 재고소가 불가능하기에, 가해자의 분할 합의 제안에 섣불리 취하하면 안 된다. / AI 생성 이미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모욕 피해를 본 A씨. 가해자로부터 합의금 100만원을 분할 납부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경찰 조사마저 미루는 상대방의 태도에 불안감만 커져간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 번 취하하면 재고소가 불가능하다"며, 합의금이 완납되기 전에 고소를 취하하는 것은 돈과 처벌 기회를 모두 잃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100만원 나눠 갚겠다"…연락 피하는 가해자, 믿어도 될까?
사건의 시작은 2025년 7월, A씨가 이용하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었다. A씨는 자신을 향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참다못해 가해자 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중 한 명은 곧장 사과와 함께 고소취하서를 보내오며 사건이 일단락됐지만, 다른 한 명은 100만원의 합의금을 약속하고도 "사정이 좋지 않다"며 분할 납부를 요구했다.
문제는 그의 태도였다. 경찰 조사 일정을 번번이 미루는가 하면, A씨와의 연락마저 원활하지 않았다. 덜컥 고소를 취하했다가 돈 한 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담당 수사관마저 합의금 지급은 민사적인 문제라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자 A씨의 막막함은 더욱 커졌다.
"한 번 취하하면 끝"…변호사들이 '선(先) 취하'를 만류하는 이유
A씨의 사연을 접한 법률 전문가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섣부른 고소 취하'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고소 금지' 원칙이다.
전종득 변호사는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을 언급하며, 한번 고소를 취하하면 가해자가 약속을 어겨도 다시 형사 절차로 되돌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동규 변호사 역시 "분할 납부 합의는 절대 해주면 안됩니다"라고 단언하며, 그 이유에 대해 "분할 납부 한다고 수사 과정에서 합의를 진행하고 분할 납부 약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매우 흔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가해자의 말을 믿고 섣불리 고소를 취하하는 순간, 피해자는 돈도 못 받고 가해자를 처벌할 유일한 수단마저 잃게 되는 셈이다.
철칙은 '완납 후 취하'…안전장치가 될 합의서 작성법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해법은 명료했다. 바로 '합의금 전액을 모두 받은 뒤 고소 취하서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배중섭 변호사는 "합의금 지급에 따른 고소취하 및 처벌불원서 제출은 반드시 합의금 지급이 완불되고 나서 하셔야 함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만약 분할 납부에 동의하더라도, 합의금 전액이 입금되기 전까지는 고소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명확한 '서면 합의서' 작성이 필수다. 합의서에는 총액, 분할 납부 일정과 금액, 약속 불이행 시의 불이익(기한이익상실 조항) 등을 명시하고 '전액 지급 시 고소를 취하한다'는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합의서 작성 방식에 대해 백창협 변호사는 "합의서는 대면해서 작성할 수도 있고, 이메일 등을 통해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라며 반드시 직접 만나야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합의금 완납이라는 '결과'를 손에 쥐기 전까지 '고소 유지'라는 카드를 절대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