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6)] 상속하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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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6)] 상속하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2022. 08. 04 10:18 작성
호문혁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omoo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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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의 승인과 포기

법적으로 상속인은 상속을 해야만 하는 걸까? 상속은 현금, 부동산, 채권 등의 적극재산뿐만 아니라 소극재산인 채무까지도 모두 한꺼번에 넘겨받는 것이어서 상속한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셔터스톡

사람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어 상속인들은 바로 피상속인의 재산을 받아 가지게 된다. 그러면 법적으로 상속인은 상속을 해야만 하는 걸까? 풍류를 좋아하는 이춘풍도 평양감사는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상속이라고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상속은 현금, 부동산, 채권 등의 적극재산뿐만 아니라 소극재산인 채무까지도 모두 한꺼번에 넘겨받는 것이어서 상속한다고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25억 원어치 현금과 주식을 소유한 이춘풍이 처 박순이와 아들 이하남, 딸 이하숙, 친손녀 이추월을 남기고 별다른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에, 상속을 어떻게 할지에 관하여 구체적 사정에 따라 여러 가지 가능성이 생긴다.


(1) 상속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 상속인들이 상속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이를 단순승인(單純承認)이라고 한다. 그에 따라 이춘풍의 1순위 상속인인 박순이와 이하남, 이하숙이 법정비율대로 상속한다. 상속인들이 가타부타 아무런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상속은 법규정에 의하여 개시되므로 결과적으로 이춘풍의 1순위 상속인 셋이 상속하는 것은 단순승인의 경우와 같다.


(2) 상속인들 중 일부에게 상속재산을 몰아주려는 경우: 상속재산을 어느 상속인에게 몰아주려면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하면 된다. 그러면 포기한 상속분은 포기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이전한다. 이춘풍의 상속인 중 이하숙이 집도 없이 월세를 내며 힘들게 살고 있으면, 박순이와 이하남이 상속을 포기하여 그 현금과 주식을 이하숙이 혼자 상속하도록 할 수 있다.


(3) 채무 초과로 상속이 오히려 손해가 될 경우: 상속재산에 과다한 채무가 포함되어 있어서 차라리 상속을 하지 않는 것이 나으면 상속인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선순위의 상속인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다음 순위의 상속인이 상속할 수 있다. 25억 부자인 줄 알았던 이춘풍이 알고 보니 30억 원의 빚이 있음을 알게 되면 상속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므로 박순이와 이하남, 이하숙이 모두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상속순위로 이추월이 상속할 차례가 된다.


(4) 상속을 승인하려고 하지만 피상속인의 채무를 모두 떠안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 이춘풍의 상속인들이 상속은 하되 30억 원의 빚은 상속하는 적극재산인 25억 원 한도에서만 갚겠다고 하면 된다. 이를 한정승인(限定承認)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남는 것이 없어서 포기와 같아 보이지만, 상속한 재산으로만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상속한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치가 나중에 상승할 수도 있으므로 상속의 포기와는 다른 의미가 있다.


상속인들이 채무는 제외하고 적극재산만 골라서 상속하겠다고 할 수 있을까? 상속인들로서는 채무의 상속은 포기하고 현금과 주식만 승인해서 상속할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이 같은 부분적 승인이나 포기는 허용되지 않는다.


상속의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포기의 의사표시는 원칙적으로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즉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할 수 있다. 이 기간을 숙려(熟廬)기간 또는 고려기간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재산 상태 등을 알아보며 태도를 정하게 된다. 다만 이 기간 안에 상속할 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상속인의 큰 잘못 없이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채무초과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허용된다(특별한정승인).


상속을 포기하거나 한정승인을 하려면 위 숙려기간 안에 법원에 신고하여야 한다. 한정승인의 경우에는 채무 부담의 범위를 정해야 하므로 상속재산의 목록을 첨부하여야 한다.


상속에는 많은 부담이 따른다. 피상속인의 재산과 부채 등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고, 상속인이 미리 받은 재산이 있으면 그것도 찾아서 계산에 넣어야 하고, 상당히 높은 비율의 상속세도 내야 한다. 잘못하면 형제자매들이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다. 재산이 좀 있으면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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