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동거 후 내 집에서 쫓겨난 남자, 월세만 80만원
3개월 동거 후 내 집에서 쫓겨난 남자, 월세만 80만원
전 연인은 집 점거, 나는 가정폭력범?…황당한 사연에 법조계 조언은

한 남성이 3개월 동거한 연인에게 가정폭력으로 신고당해, 자기 집에서 쫓겨나 월세만 내는 신세가 됐다. / AI 생성 이미지
불과 3개월 동거했던 연인과 다툰 후,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 월세만 내고 있다는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가정폭력 신고로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이, 전 연인은 현관 비밀번호를 바꾸고 집을 점거했다.
법조계는 3개월 동거만으로 사실혼을 인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재산상 손해를 막고 주거를 되찾기 위한 신속하고 정확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칫하면 집도 잃고 전과자가 될 수 있는 황당한 상황, 그 해법을 들여다본다.
3개월 동거가 '사실혼'?…가정폭력범 된 기막힌 사연
모든 비극은 연인의 외박과 거짓말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다툼에서 시작됐다.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하자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경찰은 3개월 동거했다는 이유로 '데이트폭력'이 아닌 '가정폭력'으로 사건을 규정했다. 가정폭력처벌법이 '사실상 혼인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판단에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진열 변호사는 "본 사안에서는 ① 교제 기간이 5개월에 불과하고 ② 동거 기간도 3개월에 그치며 ③ 전입신고가 귀하 단독으로만 되어 있고 ④ 혼인 의사를 공표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에서 사실혼으로 인정되기 어려울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오희재 변호사 역시 "단순히 3개월 정도 동거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사실혼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짧은 동거 기간만으로는 법원이 요구하는 '혼인 의사 합치'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내 집인데 왜 못 들어가나…접근금지 뚫을 유일한 '합법' 통로
A씨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법원이 내린 2개월의 '접근 및 통신금지' 임시조치다. 이 명령 때문에 자신의 집에 들어가지도, 상대방에게 연락하지도 못하고 월세만 내는 처지가 됐다.
김전수 변호사는 "질문자님 명의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명령이 유지되는 동안 임의의 출입이나 직접 연락을 시도하면 오히려 불리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렇다면 A씨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변호사들은 '임시조치 변경 신청'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진열 변호사는 "'임차인 명의자로서 임대차 계약 종료를 위한 퇴거 절차가 불가피하고, 월세 손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구체적 사정을 소명하면, 주거 출입 목적에 한정한 예외 또는 조치 범위 축소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법원에 정식으로 '집 정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출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월세와 생활비, '떼인 돈' 받아낼 수 있나
억울함은 돈 문제로 이어진다. A씨가 동거 기간에 부담한 월세와 생활비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오희재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연인관계에서 공동생활을 위해 지출한 생활비나 주거비는 사후적으로 전부 반환을 청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함께 사는 동안 쓴 돈은 회수가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A씨가 집에서 쫓겨난 이후의 월세는 전혀 다른 문제다. 김동훈 변호사는 "주요 쟁점은 상대방이 접근금지명령을 악용해 의뢰인님의 주거지를 무단으로 점유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상대방이 법적 권리 없이 집을 점거해 A씨에게 월세 손해를 끼치고 있으므로, 이 기간의 월세는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상대방을 상대로 주거침입이나 퇴거불응으로 형사고소하거나, 집을 비워 달라는 명도소송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해법도 제시됐다.
'가정폭력범' 꼬리표 떼려면…'합의'가 관건
집과 돈 문제만큼이나 시급한 것은 '가정폭력'이라는 형사사건이다. 이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사실혼 관계 아님'을 입증해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한다. 즉, 전 연인과 합의만 하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문제는 접근금지명령으로 연락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동훈 변호사는 "단순폭행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가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므로 합의가 중요하나, 현재 연락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반드시 법률 대리인을 통해 합의를 시도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 사건은 사실혼 여부, 접근금지명령 해제, 재산상 손해 회복, 형사 방어가 모두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복잡한 사안으로, 초기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종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