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두 번의 죽음, 사업주는 모두 '집행유예'…올해는 달라야 합니다
폭염 속 두 번의 죽음, 사업주는 모두 '집행유예'…올해는 달라야 합니다
비닐하우스와 파지장서 숨진 노동자들
폭염 대비 미흡한 현장,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폭염 속에서 일하다 숨진 근로자들의 사건에서, 사업주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규정대로 쉬게만 했어도…" 폭염 속 비닐하우스·파지 분류장에서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됐다. 법원은 작년 2건의 '폭염 사망사고'에 대해 사업주에게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유족과의 합의, 초범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기록적인 더위가 예고된 올해, 현장의 안전불감증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45분 쉬어야 하는데 20분만…비닐하우스서 쓰러진 근로자
폭염경보가 발령된 2023년 7월 28일, 경남 밀양의 한 방울토마토 재배농장. 근로자 B씨는 펄펄 끓는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에 투입됐다. 당시 비닐하우스 내부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작업환경 측정 지수인 '습구흑구온도지수(WBGT)'가 31℃를 훌쩍 넘는 '매우 위험' 단계였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이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시간당 75%(45분)의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주 A씨는 B씨에게 시간당 20분의 휴식만 부여했다. 규정보다 25분이나 적게 쉬며 8시간 넘게 일한 B씨는 결국 그날 오전 11시 21분경 열사병으로 쓰러졌고, 다음날 끝내 숨을 거뒀다.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김희진 판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업주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족들과 원만히 합의했고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근로자의 평소 건강상태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2024고단225).
"업무 밀렸다" 휴식 없이 파지 분류…퇴근 직전 쓰러져 사망
비슷한 비극은 부산의 한 재활용 업체에서도 발생했다. 2023년 8월 3일, 폭염주의보 속에 파지 분류 작업을 하던 40대 근로자 E씨. 그는 점심시간 이후 단 한 번도 쉬지 못하고 5톤 트럭 4대 분량의 파지를 쉴 새 없이 날랐다. "여름휴가철 이후 업무가 밀렸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작업장의 습구흑구온도지수는 29.4도. E씨가 하던 작업은 시간당 200~300kcal의 열량이 소요되는 '중등작업'으로, 매시간 30분의 휴식시간이 보장돼야 했다.
하지만 회사 대표 C씨와 현장 부장 D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E씨는 퇴근을 불과 10분 앞둔 오후 5시 50분경 탈의실 입구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 만에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이화송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표 C씨와 부장 D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회사 법인에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유족에게 합의금 5,000만 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2024고단1395).
두 사건 모두 폭염 속에서 사업주가 최소한의 휴식 시간만 보장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올해 폭염을 앞둔 모든 사업장의 철저한 안전 점검과 각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