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부터 가능해지는 피해자 동의 없는 형사 '공탁'⋯변호사 7명의 의견은
12월부터 가능해지는 피해자 동의 없는 형사 '공탁'⋯변호사 7명의 의견은

오는 12월부터 피해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형사공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피해자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공탁 제도'의 문제점은 없을까. 일선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오는 12월부터 피해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형사공탁을 할 수 있게 된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법원에 일단 합의금을 맡겨 반성의 뜻을 나타내는 제도다.
기존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지 못하면 형사공탁을 할 수 없었고, 이를 확인하려면 법원을 통해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런데 개정 공탁법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을 때도 공탁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신설했다(제5조의2). 공탁 절차에서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것.
이러한 피해자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공탁 제도'의 문제점은 없을까. 일선 변호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변호사들은 "긍정적인 면이 없진 않다"고 평가했다. 법무법인 주원의 박지영 변호사는 "때로는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범행도 경미한데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 공탁을 통해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밝혔다.
JY법률사무소의 배인순 변호사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다. "가해자가 합의금을 전부 마련하기 어려운 경제적 사정인 경우도 있다"며 "갖고 있는 재산 범위 내에서라도 공탁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도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공탁을 위해 피해자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이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크다고 했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에스제이파트너스의 옥민석 변호사는 "가해자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경우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상당한 금액을 공탁하는 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 역시 "(법 개정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가해자의 마음가짐이 그 이전보다 가벼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를 위한 진정한 피해 회복 보다는 오로지 가해자의 선처만을 위한 제도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범행을 저지르고도 반성 없는 가해자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며 "이 제도를 악용해 피해자들에겐 용서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공탁을 통해 '피해 회복을 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했다.
박지영 변호사는 특히 성범죄 사건의 경우 우려를 표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가 합의를 거부하는데도, 통상의 합의금보다 훨씬 큰 금액을 공탁해 감형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시우의 채다은 변호사는 "이러한 우려도 이해가 간다"면서도 "양형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채 변호사는 "만약, 성범죄 피해자 측에서 '동의 없이 공탁이 이뤄진 게 불쾌하다'며 '양형에 반영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엄벌 탄원서를 보낼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해당 공탁을 양형에 유리하게 반영해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공탁을 감형에 '얼마나'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는 상황이다. 옥민석 변호사는 "사건마다 구체적인 내용이 다를 것이고, 공탁 금액도 다 다를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양형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이라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주한 변호사 역시 "양형기준의 세분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만약 두 가해자가 동일한 금액을 공탁했다. 그런데 한 쪽은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두 가해자가 동일한 금액을 공탁했다고 해서 동일하게 양형이 반영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변호사는 "하급심의 자의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개정 취지에 맞는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양형위원회가 나서 세분화된 기준 마련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지원 변호사는 "성범죄 포함 강력 범죄 등은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큰 범죄"라며 "이는 일반 형사 범죄와 재산범죄와는 차등하여 양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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