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4문장 공유, 저작권 위반일까?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책 4문장 공유, 저작권 위반일까?

2026. 05. 19 11:2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오픈채팅방 책 리뷰, 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과 법원의 판단 기준

책 리뷰를 위해 내용 4문장을 촬영해 올린 행위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두고 변호사 의견이 엇갈렸다. / AI 생성 이미지

“리뷰하려고 책 4문장 찍어 올렸는데 범죄인가요?” 한 시민의 질문에 변호사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문제 소지 낮다”는 안심과 “저촉 가능성 있다”는 경고가 교차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저작권법 제28조 ‘공정 이용’의 핵심 기준, 특히 책 표지 사진의 저작권과 게시물 삭제의 법적 효과까지 낱낱이 파헤쳐 본다.


"네 문장을 올렸을 뿐인데"…순간의 공유가 범죄가 될까?


최근 한 시민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올린 게시물 때문에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책에 대한 리뷰와 비평을 올리면서, 책 내용 중 네 문장과 한 줄 분량의 글이 보이게 사진을 찍어 함께 게시한 것이다.


영리 목적은 아니었고 책 제목과 출처도 명확히 밝혔지만, 다른 이용자로부터 저작권법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즉시 삭제했다.


그의 마음속에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내 행동이 정말 법을 어긴 것일까?”


"문제없다" vs "걸릴 수 있다"…변호사들의 엇갈린 진단


이 사안에 변호사들의 의견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김경태 변호사는 "귀하의 행위는 저작권법상 문제될 소지가 매우 낮습니다"라며 의뢰인을 안심시켰다.


그는 "공정 이용의 관점에서 볼 때, 저작물의 극히 일부만을 인용하고, 출처를 명확히 밝혔으며, 비평 목적이라는 점에서 합법적인 이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저작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공정 이용으로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변호사는 인용의 목적, 분량, 원저작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삭제하셨다면 추가적인 법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덧붙였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책 내용 일부를 올리는 것이 저작권에 걸릴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정확한 법적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권했다.


법원의 잣대 '공정 이용', 핵심은 '주종 관계'와 '시장 대체 여부'


결국 핵심은 저작권법 제28조가 규정한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즉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우리 법원은 인용이 정당한지를 판단할 때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대법원 판례(97도2227 등)에 따르면, 법원은 인용의 목적, 인용된 분량, 그리고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살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주종 관계' 요건이다. 내 창작물(리뷰)이 주(主)가 되고, 가져온 저작물(책 내용)이 이를 보충하거나 예시를 드는 종(從)의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대법원 90다카8845 판결).


이번 사안처럼 '리뷰'라는 주된 저작물을 위해 책의 '네 문장'을 근거로 활용했다면 이 주종 관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4~5문장 정도의 인용이 책 전체의 구매 수요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표지 사진'은 괜찮나? '게시물 삭제'의 진짜 효과는?


그렇다면 질문자가 함께 올린 '책 표지' 사진은 문제가 없을까? 법적 분석에 따르면 책 표지 디자인 역시 별도의 미술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책 소개·비평 목적의 표지 게시는 통상 공정한 인용의 범위 내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작권 침해를 인지하고 게시물을 '즉시 삭제'한 행동은 법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게시물을 삭제하셨으므로, 설령 저작권 침해 여부가 다투어지더라도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즉각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간 조언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는 더욱 안전한 인용을 위해 직접 촬영보다는 내용을 텍스트로 옮기면서 인용 부호를 사용하고, 저자와 출판사, 페이지 등을 상세히 표기하시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