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후 택시기사 멱살…'운행 중' 단어 하나에 직업 잃을 위기
만취 후 택시기사 멱살…'운행 중' 단어 하나에 직업 잃을 위기
특가법이냐 단순폭행이냐, '일시 정차'의 법적 해석이 운명 가른다

만취 상태로 택시 기사를 폭행한 공무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당연퇴직 위기에 처했다./ AI 생성 이미지
만취 상태로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자 운전기사의 멱살을 잡은 공무원 A씨.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가 적용될 경우, 금고형 이상 선고 시 직장에서 당연퇴직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한순간의 실수가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법률 전문가들은 사건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었는지, 아니면 운행이 종료된 '정차' 상태였는지를 가르는 법적 해석과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그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필름 끊긴 밤, 택시 승강장에서 시작된 악몽
사건은 역사 출구 앞 택시 승강장에서 발생했다. 초범인 공무원 A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상태였다. 승차를 거부당한 뒤 시비가 붙었고, 그는 택시 운전석 문을 잡아당기고 운전기사의 멱살을 잡아 차도 쪽으로 끌어내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사 2명까지 얽히며 3명과의 몸싸움으로 번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경찰서에서조차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항의하며 난동을 부렸다. 그에게 금고형 이상의 형은 곧바로 '당연퇴직'을 의미하기에, 하룻밤의 실수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악몽이 됐다.
'운행 중'의 족쇄…단순 폭행으로 바꿀 수 있을까
A씨의 운명을 가를 최대 쟁점은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 성립 여부다. 특가법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폭행하면 단순 폭행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한다. 법무법인 대온 신동우 변호사는 "운전석 문을 잡아당기거나 멱살을 잡는 행위가 있었다면 운행 관련성이 인정되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무법인 한일 이환진 변호사는 "완전히 정차하여 운행 의사가 종료된 상태였다면 특가법 적용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 경우 단순 폭행으로 죄명 변경을 주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 역시 "'운행 중'에는 승객의 승하차를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도 포함되나, 승차 거부 상태에서 실랑이를 벌이며 하차를 요구한 정황은 운행의 연속성을 부정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하며, 단순 폭행으로 죄명을 변경해 다툴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사건 당시 택시가 승객을 태우기 위한 '일시 정차' 상태였는지, 아니면 운행 의사가 완전히 끝난 상태였는지를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A씨의 생존을 건 싸움이 된 셈이다.
멱살 잡은 1명, 뒤엉킨 2명…합의는 누구와 어디까지?
A씨는 총 3명의 기사와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멱살을 잡힌 기사 외에 나머지 2명과는 직접적인 타격 없이 뒤엉킨 상황. 이 경우 세 명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할까.
법무법인 대온 신동우 변호사는 "각 피해자별 폭행 고의와 유형력 행사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되며, 직접적 유형력이 없었다면 개별 책임을 다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폭행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3명과 얽힌 상황에서 직접 타격이 없더라도 신체적 위력을 가했다면 폭행이 성립하며 각 피해자와의 합의는 양형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법적 책임 범위를 따지기 이전에, 재판부의 선처를 구해 형량을 낮추려면 가능한 모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