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피우면 이혼 때 전 재산을 당신에게 넘기겠다”는 부부간 각서, 법적 효력 있나?
“바람피우면 이혼 때 전 재산을 당신에게 넘기겠다”는 부부간 각서, 법적 효력 있나?
각서 내용이 사회상규나 헌법상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면, 법적 효력이 부정될 수 있어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이혼 및 이혼에 수반되는 다양한 쟁점을 결정하는데 참작돼

“바람피우면 이혼 때 전 재산을 당신에게 넘기겠다”는 남편의 각서는 법적 효력이 없나?/ 셔터스톡
A씨는 결혼 후 남편의 여자 문제로 속 썩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엔 성매매까지 했다가 A씨에게 꼬리를 밟혔다. 남편은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A씨는 이제 그런 남편을 믿지 않기에, 이혼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남편은 “‘한 번만 더 여자 문제를 일으키면 이혼하고 모든 재산을 다 A씨에게 넘겨준다’는 각서를 써 줄 테니,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하자”고 한다.
그런데 A씨는 부부간에 미리 써놓은 이혼 합의서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부부간 각서를 법적 효력이 있게 할 방법이 있나? A씨가 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부부간에 작성한 각서는 그것이 두 사람의 진의를 반영된 것이라 해도 법률적 효력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특히 혼인 중에 작성한 ‘재산분할청구권의 일방적 포기’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각서(합의서)는 무효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법무법인 유안 김용주 변호사는 “‘남편이 한 번 더 부정행위를 저지르면 A씨에게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한다.’ 혹은 ‘모든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더라도, 실제로 그 약정의 이행이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부부간의 각서는 법률적 효력이 없다”며 “예컨대 ‘남편이 바람피우면 이혼하면서 재산 전체를 아내에게 준다.’라는 각서를 작성했다면 이는 사회상규상 인정되기 어렵고 헌법상 기본권 침해 문제도 발생하기에, 남편이 각서의 효력을 부정하면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또 혼인 중에 ‘합의 이혼’을 전제로 약정(각서 작성)한 경우, 상대방이 ‘합의 이혼’을 거부하면 법적 효력을 잃게 된다고 말한다. 이 역시 부부간 각서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HY 황미옥 변호사는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장차 협의 이혼할 것을 전제로 재산분할을 협의하는 경우, 이는 ‘협의이혼 조건부 의사표시’가 행하여지는 것이라 평가한다”고 짚었다.
“따라서 이런 각서 내용은 협의이혼이 이루어지는 때에 한 해 효력이 발생하며, 협의가 안 되어 재판상 이혼으로 가게 되면 해당 합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그는 부연했다.
하지만 부부간에 작성한 각서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이혼소송이 제기됐을 때,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권 등 주요 쟁점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부부간 각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 해도, 향후 이혼이 실제 진행될 때 법원은 그 내용을 이혼 및 이혼에 수반되는 다양한 쟁점, 예컨대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친권, 양육비 등을 결정하는 데 참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변호사도 “각서 작성 경위가 위자료 액수 및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반영될 것”이라며 “따라서 각서 작성 때 각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기재해 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