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차장 사망사고, 운전자만의 잘못일까? 식당·지자체 '공동책임' 묻는 법적 쟁점
식당 주차장 사망사고, 운전자만의 잘못일까? 식당·지자체 '공동책임' 묻는 법적 쟁점
법조계 "위험 구조 방치했다면 공동 불법행위…형사·민사 '투 트랙' 전략이 핵심"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A씨가 식당 주차장에서 후진으로 빠져나오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식당 주차장에서의 비극적 사망 사고가 운전자 개인의 책임을 넘어, 위험한 구조를 방치한 식당과 지자체의 ‘공동 책임’을 묻는 법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선 한 가장이 주차장을 후진으로 빠져나오던 차량에 치여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평범했던 가족의 저녁 식사는 그렇게 마지막 만찬이 되었다. 유족들은 단순한 운전자 과실을 넘어, 사고를 유발한 위험한 환경을 방치한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① 운전자: '12대 중과실' 적용, 왜 실형 가능성 높은가?
가해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죄) 혐의로 형사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차량이 보도를 침범한 경우는 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받는 '12대 중과실(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되는 12가지 중대 위반 행위)'에 해당해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진다.
사망사고에서 유족과의 합의 여부는 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법무법인 마스트 이서원 변호사는 "최근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 지원 한도가 상향되면서 합의금 액수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② 식당 주인: '위험한 주차장', 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나?
유족의 원망은 사고가 발생한 식당으로도 향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공작물 책임(인공 시설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거론한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출차 시 인도를 침범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이는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한 '설치의 하자'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이슬기 변호사 역시 "식당 측이 주차장의 구조적 위험성을 알면서도 안내원 배치나 안전펜스 설치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매일같이 위험을 방치한 식당 주인의 무관심이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③ 지자체: '도로 관리 부실', 어디까지 책임 물을 수 있나?
마지막 책임의 화살은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겨눈다. 사고 지점이 평소에도 보행자 안전에 취약했음에도, 지자체가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관리 부실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배상법상 영조물 책임(도로 등 공공시설의 설치·관리 하자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나 지자체가 지는 배상 책임)에 해당한다.
한병철 변호사는 "법원이 지자체의 예산 한계 등을 고려해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사고 위험이 높다는 민원이 반복됐거나 객관적으로 위험성이 명백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④ 남은 가족의 싸움: '투 트랙 전략', 왜 필수적인가?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형사 절차와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이는 두 절차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우선 형사 재판에서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며 합의를 압박하고, 이 과정에서 유리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증거 확보다. 수사기관이 형사 절차를 통해 확보한 CCTV 영상, 차량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현장 감식 결과 등은 민사 소송에서 운전자뿐만 아니라 식당과 지자체의 과실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유족은 민사 소송에서 운전자, 식당 주인, 지자체를 '공동 피고'로 묶어 손해배상을 청구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폭넓게 다투고 정당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내 가족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길고도 외로운 싸움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