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단톡방에 내 '은밀한 영상'…기다릴까, 먼저 합의 제안할까
회사 단톡방에 내 '은밀한 영상'…기다릴까, 먼저 합의 제안할까
불법촬영 유포 피해자, 변호사들 조언도 '극과 극'

회사 단체방 불법 촬영물 유포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합의 전략을 고심 중이다. / AI 생성 이미지
20명이 넘는 회사 단체 대화방에 불법 촬영된 영상이 유포됐다. 가해자는 혐의를 인정했지만, 피해자는 사과 한마디도 받지 못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의 합의 제안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먼저 '조건부 합의'를 제안하며 주도권을 쥐어야 할까.
이 중대한 갈림길을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마저 엇갈리고 있다. 합의 여부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만큼, 피해자의 전략적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다수 의견 “기다려라, 절박한 건 가해자”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먼저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단호하게 말한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가해자의 연락을 기다리는 '전략적 인내'가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하면 “피고인 측에서 '돈이 목적인가'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질 수 있고, 협상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경남 변호사(법률사무소 태희)는 “가해자에게 심리적인 여유를 주어 불리한 조건으로 끌려갈 우려가 크므로 차분히 기다리며 상대방의 연락을 유도하는 전략이 훨씬 적절하다”고 말했다.
실무적으로 피고인들은 공소장을 받고 재판의 중압감을 느끼는 첫 공판 직전, 다급하게 합의를 시도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소수 의견 “기다리지 마라, '조건부 합의'로 압박”
반면, 마냥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지진 변호사(법무법인 리버티)는 “혐의를 인정했는데 아직까지 합의 요청 및 사과도 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괘씸하다”며 다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그는 엄벌 탄원서를 계속 제출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피해자 측에서 먼저 ‘조건부 합의’를 시도하는 ‘강온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안갑철 변호사(법무법인 감명)도 “합의라는 것은 상호 간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당연하기 때문에,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은 필요가 없다”고 말해, 피해자가 먼저 합의를 제안하는 것을 굳이 부적절하다고 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해자의 태도를 보며 수동적으로 끌려가기보다, 합의의 판을 먼저 짜서 주도권을 가져오는 적극적인 전략인 셈이다.
합의, 왜 ‘실형-집행유예’ 가르는 결정적 기준인가
변호사들의 전략은 달라도 ‘합의’가 형량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단순 촬영을 넘어 20명 이상에게 영상이 ‘반포’된 경우는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평가된다.
민경남 변호사는 “다수에게 반포하여 일상적인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에서, 끝내 합의하지 못한다면 초범이라 하더라도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되어 법정구속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피해자의 용서, 즉 합의는 성범죄에서 가장 강력한 감형 요소다. 정진열 변호사는 “합의 시 실형을 면하고 집행유예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해, 합의서 한 장이 구속과 석방을 가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합의금, ‘5천만 원 이상’ 부르고 결렬 시 ‘민사소송’까지
그렇다면 합의금은 얼마를 받아야 할까?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영상 '유포'가 동반된 만큼 수천만 원 단위의 높은 금액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정진열 변호사는 “유포 인원이 많고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둬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5,000만 원 이상이 책정되기도 한다”고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했다.
핵심은 합의 결렬 시의 대안까지 마련하는 것이다. 민경남 변호사는 “수천만 원 단위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만약 합의가 결렬된다면 형사 유죄 판결을 객관적인 증거로 삼아 별도의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형사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유죄 판결을 받아 내 민사소송으로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또한 변호사들은 합의 시 금액뿐 아니라 ‘재유포 금지, 영상 삭제 확인, 비밀 유지’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