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통장 4억 증발, 형제는 원수 됐다…'사라진 상속재산' 추적극의 모든 것
어머니 통장 4억 증발, 형제는 원수 됐다…'사라진 상속재산' 추적극의 모든 것
부모님 사후 텅 빈 계좌, 특정 상속인 의심될 때…법원 통해 돈의 흐름 파악하고 '특별수익'으로 상속분 공제 가능, 최후엔 '횡령' 형사고소 카드도

시어머니 사후 4억 원이 사라져 5남매간 분쟁이 생겼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시어머니가 남긴 현금 4억 원이 증발하자 평온했던 5남매의 우애에 금이 가며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한 법률 상담 플랫폼에는 5남매 중 셋째 며느리의 애타는 사연이 올라왔다. 지난 10월 시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재산을 정리하던 중, 3억~4억 원에 달하는 현금이 통장에서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의심의 화살은 평소 재산 문제로 갈등을 빚던 첫째와 둘째에게 향했다. 부모의 유산이 일부 상속인의 손에서 증발했을 때, 남은 가족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사라진 돈을 추적할 법적 절차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원 없인 못 봅니다"…은행의 철벽, 왜?
사라진 돈의 행방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은 금융기관이다. 상속인이라 할지라도 은행에 고인의 거래내역을 요구하면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오기 일쑤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법 때문이다.
박수진 변호사(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는 "은행 전표 등은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재판 중에 법원의 요청이 없으면 관련 자료를 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개입 없이는 고인의 계좌에서 돈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구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법적 다툼뿐이다.
'상속재산분할심판', 추적의 첫 단추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첫 해결책은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다. 이는 상속인들 간 재산 분할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때 가정법원에 조정을 신청하는 절차다. 이 절차의 핵심은 법원의 강력한 조사 권한을 활용하는 데 있다.
홍현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양재)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통해 고인의 생전 거래내역을 조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원은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통해 특정 계좌의 입출금 내역, 이체된 계좌 정보, 심지어 돈을 인출할 때 작성한 전표까지 확보해 돈의 최종 목적지를 추적할 수 있다.
돈 빼돌린 증거 잡았다면? '특별수익'으로 상속분 조정
법원을 통해 특정 형제가 돈을 가져간 명백한 증거를 찾았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특별수익'이라는 법리가 적용된다. 특정 상속인이 고인에게서 생전에 증여받았거나 무단으로 가져간 재산은 '미리 받은 상속분'으로 간주해 남은 상속분에서 공제하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상속인 중 일부가 상속재산을 은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특별수익을 이유로 한 상속분 조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4억 원을 장남이 몰래 가져간 사실이 밝혀지고 전체 상속재산이 10억 원이라면, 장남은 이미 4억 원을 상속받은 것으로 계산돼 한 푼도 더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명백한 횡령"…최후의 카드, 형사고소
상황에 따라서는 민사 절차를 넘어 형사고소라는 칼을 빼 들 수도 있다. 김의지 변호사(법률사무소 엘엔에스)는 "만약 첫째, 둘째가 피상속인(고인)의 예금을 무단 인출한 경우가 확인될 경우 횡령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모의 재산 관리를 위임받은 자녀가 그 돈을 마음대로 썼다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직계혈족 간 재산 범죄는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가 업무상 횡령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가족이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형사고소는 가족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