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주인의 '수상한 동의서', 서명하는 순간 보증금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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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주인의 '수상한 동의서', 서명하는 순간 보증금 증발?

2026. 04. 03 11:0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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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으니 괜찮다"는 말 믿고 사인했다간...전문가들 "서명 의무 전혀 없다" 단언

새 집주인의 '보증보험 면제 동의서' 서명 요구는 보증금 보호 포기를 의미하므로 임차인은 서명 의무 없이 거부할 권리가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집주인이 바뀌자마자 '보증보험 면제 동의서'에 서명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면? 이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는 최후의 법적 장치를 스스로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


법률 전문가들은 임차인에게 서명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음을 강조하며, 섣부른 서명이 보증금 전액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빚 없으니 서명만" 새 집주인의 위험한 제안


최근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은 세입자 A씨. 얼마 뒤 찾아온 새 집주인은 '임대보증금 일부보증에 대한 임차인 동의서'라는 낯선 서류를 내밀었다.


그는 "나는 빚이 한 푼도 없어 보증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형식적인 절차이니 동의서에 서명만 해 달라"고 A씨를 설득했다. 법을 잘 알지 못했던 A씨는 찜찜한 마음에 일단 확인 후 연락하겠다며 상황을 넘겼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등록임대사업자가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임대인의 개인적인 재정 상태와 무관하게 보증금 반환을 국가가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A씨가 받은 새 집주인의 요구는 바로 이 핵심적인 법적 의무를 면제받거나 완화하려는 시도였다.


변호사들 "서명 의무 없고, 거부가 정당한 권리"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상황에서 임차인에게 서명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HB & Partners의 이충호 변호사는 "임차인께서는 해당 동의서에 서명할 법적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서명을 거부하는 것은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이며, 임대인은 임차인의 거부 시 법적 의무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이며 서명 거부의 정당성을 분명히 했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 역시 임대인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집주인이 요구하는 '임대보증금 일부보증에 대한 임차인 동의서'는 일반적으로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을 위한 절차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증보험 가입 의무는 임대인의 책임이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임차인에게 동의서를 서명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임대인이 '빚이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는 법이 정한 예외 조건 중 하나일 뿐이며 이마저도 임차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불완전한 근거라는 설명이다.


섣부른 서명, 어떤 위험 초래하나


만약 집주인의 말만 믿고 덜컥 동의서에 서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문가들은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률사무소 태운의 김태운 변호사는 서명의 법적 결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사안과 같이 임차인이 일부보증에 동의하여 임대보증금 일부 보증에 가입한 경우, 추후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임차인은 일부 보증의 보증대상 금액으로만 보증금 청구가 가능하므로, 임차주택이 일부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에 해당하는지 등에 관하여 검토를 한 후 동의서를 작성하여 주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동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법적 보호막은 '전액 보증'에서 '일부 보증'으로 축소되며, 최악의 경우 보증금의 일부만 돌려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내 보증금 지키기 위한 '필수 확인 리스트'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말만 믿고 섣불리 서명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서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를 제시했다.


첫째, 임대인의 말과 상관없이 '등기부등본'을 직접 발급받아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이나 가압류 등 다른 권리가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관할 구청에 연락해 새 집주인이 법적 의무를 지는 '등록임대사업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만약 일부 보증을 고려하더라도 주택 가격과 선순위 채권액 등을 따져 실제 보증 대상이 되는 금액이 얼마인지 꼼꼼히 계산해 봐야 한다.


만약 임대인이 서명을 강요하거나 동의서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즉시 변호사 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등기부등본, 임대사업자 등록증, 주택가격 산정 자료 등을 당당히 요구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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