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셋집이 두 쪽?'…알고 보니 불법 '방 쪼개기' 건물
'내 전셋집이 두 쪽?'…알고 보니 불법 '방 쪼개기' 건물
집주인은 불법 분할 숨기고, 중개사는 '적법'이라 설명

불법 쪼개기 건물인 줄 모르고 전세 계약한 세입자가 집 경매로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2년 넘게 살아온 전셋집이 불법으로 쪼개진 공간이었고, 옆집 세입자의 빚 5,500만 원이 내 집에 전세권으로 설정됐다면?
한 세입자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나서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명백한 사기 행위와 중개사의 책임 위반을 지적하며, 정확한 증거를 바탕으로 한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605호의 비밀…경매 통지서에 드러난 '두 집 살림'
사건의 시작은 2022년 6월 3일, A씨가 한 다세대주택 605호에 전세 계약을 맺고 전입신고를 하면서부터다. 평온했던 일상은 2025년 6월, 법원으로부터 임의경매 통지서를 받으며 산산조각났다.
황급히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A씨는 자신의 집 605호에 2022년 10월 12일자로 5,500만 원의 전세권이 설정된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자신도 모르는 빚이 자기 집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집주인 배우자와의 통화에서 드러났다. A씨가 계약한 605호는 사실상 606호와 607호로 불법 분할된, 이른바 '방 쪼개기' 건물이었다. 문제의 전세권은 607호에 살던 다른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설정한 것이었다.
A씨는 계약 당시 건축물대장과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어디에도 이런 내용이 없었고, 공인중개사와 집주인 누구에게도 불법 건물이라는 사실이나 다른 세입자가 이미 살고 있다는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알았다면 계약 안 했을 것'…침묵으로 속인 집주인, 명백한 사기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집주인의 행위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중요한 사실을 알면서도 숨기는 '부작위에 의한 기망'이라는 것이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이 고지했다면 임차인이 계약을 맺지 않았을 객관적인 사실을 숨긴 경우, 이를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환 김상훈 변호사 역시 집주인의 고의성을 지적했다. 그는 "임차인이 이러한 사실들을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므로, 집주인의 행위는 단순한 채무불이행을 넘어 처음부터 기망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건물 전체에서 다수의 전세금 미반환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은 집주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덧붙였다.
'전문가'라 믿었는데…공인중개사, 책임 피할 수 있나
그렇다면 '적법한 건물'이라며 계약을 주도한 공인중개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사가 대상 물건의 권리관계와 법령상 이용 제한 등을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금 유헌기 변호사는 "무허가건축물 내지 불법건축물 해당 여부는 건축물대장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나,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구분한 현실적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중개사를 사기 공범으로 형사 고소하는 것은 고의성 입증이 다소 까다로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개사 및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의뢰인의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중개사의 고의적인 사기 가담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전문가로서 마땅히 했어야 할 확인·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세금 지키려면…'증거 확보'와 '신속한 경매 대응'이 관건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피해자가 전세금을 되찾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증거 수집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선 임대차계약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건축물대장, 경매개시결정문, 전세권등기부등본, 집주인 배우자와의 통화녹음 등을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다른 세입자들의 피해 사실이 있다면 집주인의 사기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현재 집이 경매에 넘어간 만큼, 배당 절차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김앤현법률사무소 김현정 변호사는 "경매가 진행 중이라 배당요구 종기를 넘기면 우선변제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대항력·우선변제권부터 점검해 권리신고를 마치셔야 합니다"라고 긴급한 조치를 당부했다.
결국 형사 고소로 집주인을 압박하고, 민사소송으로 중개사의 책임을 물으며, 경매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3트랙 전략'이 보증금 회수율을 높이는 최선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