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부수고 나온 내 목을 졸랐다”…살인미수일까, 단순 폭행일까
“방문 부수고 나온 내 목을 졸랐다”…살인미수일까, 단순 폭행일까
전문가들 “반복적 목 조르기는 살인 고의 추정 가능…다만 상해 정도·지속 시간 등 고려해 상해죄로 판단될 수도”

남녀가 다투다가 남자가 여자의 목을 2~3차례 졸랐다. 살인미수죄가 성립할까?/셔터스톡
“목 조르고 발까지 올렸다”...격분한 동거인, 살인미수일까 폭행일까
“A가 제 머리채를 잡고 방에 음식을 쏟더니 문을 막아섰어요. 나가려고 문을 차다 유리가 깨졌고, 깨진 유리를 줍는 저를 보고 A는 자기 방으로 도망쳤습니다. 화가 나 A의 휴대폰을 던지자, A는 뛰쳐나와 제 목을 2~3번 졸랐습니다.” 한순간의 다툼이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연인 혹은 동거인으로 추정되는 A의 행위는 과연 살인미수일까, 아니면 단순 폭행일까.
사건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됐다. A는 B의 머리채를 잡고 방에 음식을 쏟아부은 뒤, B가 나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막아섰다. 감금된 B가 문을 차는 과정에서 문 유리가 깨졌고, B가 깨진 유리를 치우려 하자 A는 자신의 방으로 피했다. 격분한 B가 거실에 있던 A의 휴대폰을 바닥에 던지자 상황은 파국으로 향했다. 소리를 듣고 나온 A는 B의 머리채를 잡고 목을 여러 차례 졸랐고, 심지어 발을 목에 걸려는 시도까지 했다. B는 기절하진 않았지만 목에 상처를 입었다.
“죽일 생각 없었다” 주장, 법원은 믿어줄까?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A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제일로의 배경민 변호사는 “살인미수죄가 성립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법적 쟁점은, 단순히 다치게 하려는 의도를 넘어 정말로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목을 조르는 행위는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목을 조르려는 시도를 2~3차례 반복하고, 발까지 사용하려 한 점은 우발적인 행동을 넘어선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 역시 ‘살인의 고의’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판례에 따르면, 살인의 고의는 명확한 살해 계획이 없었더라도 “자신의 행위로 상대방이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하거나 예견했다면” 인정될 수 있다(미필적 고의). 특히 목을 조르는 행위에 대해서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한 판례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A측이 “우발적인 다툼 중 벌어진 상해일 뿐,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할 경우 법적 다툼은 치열해진다. 더신사 법무법인의 유선종 변호사는 “피해자가 기절하지 않았고, 가해자가 즉시 물러난 점은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반복적 시도로 살해 의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면 유죄 판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목 상처’와 ‘목격자’, 살인미수 증거로 충분할까?
현재 확보된 증거는 B의 목에 남은 상처와, A가 B의 머리채를 잡는 모습을 본 목격자의 진술뿐이다. 이 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법무법인 한별의 이주한 변호사는 “목격 증인이 머리채를 잡은 장면만 봤고, 목을 조른 부분은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상황이라면 증거가 충분히 뒷받침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B의 목 상처에 대한 상해진단서와 일관되고 구체적인 피해 진술이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배경민 변호사는 “설령 살인미수죄의 고의성 입증이 까다로워 혐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A의 행동은 명백히 ‘상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초기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증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살인미수냐 상해죄냐…운명을 가를 ‘한 끗’ 차이
변호사들은 살인미수 혐의 적용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상해죄로 변경될 여지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목을 졸라 기절할 정도에 이르러야 살인미수죄로 기소될 것”이라며 “단순히 목을 조르려는 시도를 2~3회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판례상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워 상해죄나 폭행죄 등 낮은 죄명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형법상 살인죄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다. 미수에 그치더라도 감경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상해죄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한순간의 분노가 ‘살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꼬리표를 붙일지, 법원의 신중한 저울질에 모든 것이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