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다툼에 아빠의 "죽여버린다"…9살 아이에겐 '정서적 학대'
초등생 다툼에 아빠의 "죽여버린다"…9살 아이에겐 '정서적 학대'
녹취록 쥔 부모의 반격…'협박'과 '아동학대' 혐의, 법의 판단은?

초등학생 아들들의 다툼에 상대방 아버지가 개입하여 9살 아이에게 전화로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초등학생 아들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에 상대방 아버지가 개입해 9살 아이에게 "때리면 죽여 버린다"고 협박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이의 부모는 문제의 통화 내용을 녹음했고, 상대방이 먼저 제기한 학교폭력 조사에 맞서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녹음 파일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 협박죄는 물론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혐의도 충분히 성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때려버린다"가 "죽여버린다"로…놀이터 다툼이 부른 어른의 폭언
사건은 지난 5월 24일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작됐다. 11세 첫째 아들은 친구 A군(10세)과 놀던 중, 집에 가려는 A군에게 "다음에 우리 아파트에 오면 때려버린다"고 말했다. 아이들끼리의 흔한 말다툼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은 4시간 뒤 어른의 개입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았다.
같은 날 오후 5시경, A군의 아버지는 상담자 부부의 둘째 아들(9세)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형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둘째가 지금 형이 옆에 없다고 말하자, A군 아버지는 "때려버린다고 말했지? 때리면 죽여 버린다. 그리고 학교에 찾아간다"라는 말을 첫째에게 전하라며 위협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이 모든 내용은 통화 녹음 파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A군 부모는 첫째 아들의 발언을 문제 삼아 학교폭력위원회를 신고했고, 현재 교육청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명백한 범죄 행위"…변호사들 '협박죄'와 '아동학대' 지목
법률 전문가들은 A군 아버지의 행위가 단순한 항의를 넘어 명백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혐의는 형법상 '협박죄'다.
법무법인 해든의 김성돈 변호사는 "비록 제3자(첫째)에게 해악을 가하겠다고 통보했더라도, 그것이 통화 상대방(둘째)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공포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성인 남성이 9세 아동에게 '죽여 버린다'고 말한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나아가 '아동복지법 위반(정서적 학대)' 혐의 적용 가능성도 매우 높게 점쳐졌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상대방의 협박으로 인해 의뢰인의 둘째 아들이 정신적으로 불안해 하거나 공포심을 느낀다면, 정서적 발달의 해를 끼치는 행위로 이는 아동학대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성인이 아동에게 위와 같은 위협을 가하는 경우는, 1회성이라도 아동의 정신건강·발달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으면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로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감정적 훈계였다" 주장 통할까…대응 전략은?
물론 상대방은 법적 절차에서 "아이들 다툼에 대한 항의 과정이었다"거나 "실제 해악을 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한강 허은석 변호사는 이러한 항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현재 확보된 통화 녹음 파일이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아동학대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가해자의 의도보다 아동이 느꼈을 공포감에 더 무게를 둔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발언 의도보다 피해 아동이 느꼈을 공포감과 심리적 영향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며 "녹음 파일로 발언 내용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는 이상, 의도 항변의 실익은 낮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절차와 별개로 A군 아버지를 협박 및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는 것이 가능하며, 오히려 전략적으로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상대방 부모가 첫째 아이의 말을 문제 삼아 학폭위까지 진행하게 만든 상황이므로, 귀하의 형사 고소는 국면을 전환할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녹음 파일을 속기록으로 만들고, 아이가 겪는 심리적 불안을 입증할 진료 기록 등을 첨부해 고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