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투표소 '참정권 증발'…용지 동낸 선관위, 형사처벌은 피해도 국가배상은 못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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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투표소 '참정권 증발'…용지 동낸 선관위, 형사처벌은 피해도 국가배상은 못 피한다

2026. 06. 04 10:3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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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러 갔더니 "용지 없어요"

형사 처벌은 어렵지만 민사상 배상 책임은 인정될 듯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투표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방선거 당일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를 못 한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가 사전에 확정되어 있는데도 투표용지가 동이 난 전대미문의 사태에 법조계는 선관위의 명백한 법령 위반이자 과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19세기도 아니고"⋯문 닫힌 투표소 앞에서 발 동동 구른 주민들


어제(3일) 오후 6시가 넘은 시각,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등 총 14개 투표소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퇴근 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주민들에게 돌아온 선관위 관계자의 답변은 황당했다. "예상보다 유권자가 많이 와서 투표용지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다 유권자가 사는 송파구 일대에서 벌어진 초유의 '참정권 박탈' 사태에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치권에서도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선거 무효 소송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중앙선관위는 "일부 투표구의 유권자 수가 예상보다 많아 발생한 일"이라며 사과했지만, 이미 참정권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정신적 충격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황당한 사태를 유발한 선관위 공무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닌 법령 위반⋯'직무유기' 처벌까진 의문


변호사들은 이번 사태가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이 규정하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투표용지의 적정 관리는 선관위의 핵심 의무다.


사전에 선거인 수가 확정되어 있음에도 용지를 부족하게 준비한 것은 보통의 공무원을 기준으로 볼 때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단순 과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이들을 형법상 직무유기(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거부하거나 유기하는 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무유기죄가 성립하려면 직장의 무단이탈이나 의식적인 직무 포기가 입증되어야 한다. 선관위가 투표용지가 모자랄 것을 알고도 고의로 방치했다는 증거가 없는 한, 형사 처벌 수위는 낮거나 불가능에 가깝다.


"참정권 박탈은 정신적 손해"⋯위자료 청구 소송 이어진다면?


그렇다면 투표용지가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던 개별 주민들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국가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를 받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법원은 공무원의 행정 착오로 선거인명부에서 누락되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과거 장애인의 투표보조를 거부해 참정권을 침해한 사안에서도 법원은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각 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액수는 법원의 직권 재량으로 결정된다. 이번 사안은 유권자에게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고, 헌법상 기본권인 선거권이 완전히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선관위의 책임을 무겁게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실제 소송에서는 "내가 당일 투표소에 방문했으나 용지 부족으로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투표소 현장 사진이나 확인서 등의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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