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포기한 할아버지 유산…손주가 대신 유류분 받을 수 있나
아버지가 포기한 할아버지 유산…손주가 대신 유류분 받을 수 있나
누나는 제주도 부동산 상속
호적에 올랐어도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상속 1순위' 아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최근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법적 고민에 빠졌다. 아버지가 상속 재산에 대한 자신의 권리인 유류분을 포기하려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혼외자이지만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로 정식 등재돼 있다. 한편 누나는 할아버지 유산 중 제주도의 한 부동산을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가 자신의 몫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손주인 A씨가 할아버지 유산에 대한 권리를 대신 행사해 유산을 받을 수 있을까?
'혼외자'인 건 상관없지만…결론은 '청구 불가'
아버지가 살아있는 한 손자인 A씨가 할아버지의 유산에 대해 직접 유류분을 청구하기는 어렵다. 변호사들은 A씨가 혼외자인 점과 무관하게, 상속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민법상 상속 1순위는 피상속인(사망자)의 직계비속(자녀·손자녀 등)이다. 다만 같은 직계비속 중에서도 촌수가 가까운 사람이 우선 상속인이 된다. 따라서 할아버지의 자녀인 아버지가 살아있다면, 손자인 A씨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우리 민법상 상속은 촌수가 가까운 직계비속이 우선한다"며 "할아버지 사망 당시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상속권과 유류분 청구권은 아버지에게 있다. 손자녀는 상속인이 될 수 없어 유류분 청구도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문준홍 법률사무소 문준홍 변호사 역시 "질의하신 사안의 경우 혼외자인 것인지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나, 질문자님께서는 할아버님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아버지의 '유류분 포기', 자녀에게 승계되지 않아
아버지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다고 해서 그 권리가 자동으로 손주에게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 변호사들은 유류분 반환 청구권은 상속인 본인의 고유한 권리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아버지가 자신의 유류분 반환 청구권을 포기하더라도 이는 상속인 본인의 고유한 법적 권리 행사"라며 "자녀인 질문자님이 이를 강제로 막거나 아버지를 대신하여 유류분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도 "아버지가 진행 중인 재판에서 유류분 포기나 합의를 한다 하더라도 이는 아버지의 고유한 권리 행사일 뿐"이라며 "질문자님께서 이를 대위하거나 별도로 문제 삼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만약 A씨의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먼저 사망했거나 상속 결격 사유가 있어 상속인 자격을 잃었다면, 손자인 A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상속받는 '대습상속'이 가능하다. 하지만 A씨의 사례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변호사들은 분석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아버지가 생존 중이면 질문자님의 할아버지 유류분 청구는 원칙적으로 어렵고, 예외적으로 질문자님이 상속인이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금은 권리 없지만…'아버지의 재산' 변동은 주시해야
비록 지금 당장 A씨가 할아버지의 재산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지만, 이번 상속 절차를 주시할 필요는 있다. 아버지의 재산 변동이 A씨의 미래 상속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A씨가 아버지의 법적 지위와 진행 중인 재판 내용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류분 포기가 아니라 상속재산분할이나 상속포기 절차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규 변호사는 "아버지가 이번 재판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재산은 향후 아버지의 자산이 된다"며 "질문자님은 법적으로 아버지의 친생자이자 호적상 자녀이므로 추후 아버지 상속 시에 다른 형제들과 차별 없이 동등한 상속 지분과 유류분 권리를 보장받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