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포렌식, '참여권' 모르면 모든 사생활 노출된다
카톡 포렌식, '참여권' 모르면 모든 사생활 노출된다
내 카톡, 어디까지 볼 수 있나?
포렌식 '참여권'이 방어의 핵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미성년자와의 음란 대화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둔 A씨는 절박했다. "카톡 포렌식을 하면 원치 않는 대화방도 전부 복구된다는데, 해당 피해자와의 대화만 가져가게 할 수 없나요?" 디지털 증거 앞에 선 피의자의 공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내 폰 안의 모든 것, 수사관 손에?…'디지털 포렌식'의 공포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디지털 포렌식'은 피의자의 모든 것을 파헤치는 '만능키'처럼 여겨진다. A씨는 대화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기에 포렌식은 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임의 삭제 여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포렌식 조사는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대화 기록 제출과 무관하게 수사기관은 휴대폰 전체를 대상으로 증거 수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두려움은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노출에서 극대화된다. 포렌식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 혐의(여죄)가 발견되면 수사 범위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임의 제출의 경우 다른 대화 내용도 수사기관이 살펴보게 되며, 그 과정에서 여죄가 발각되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대법원은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포함된 모든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전달"하고 "피의자에게 참여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6모587 결정). 피의자의 사생활 보호와 방어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참여권'이라는 방패, 어떻게 사용할까
그렇다면 피의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
법률 전문가들은 '참여권'이라는 방패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대환 김익환 변호사는 "휴대폰 등 내부에 있는 전자정보 중에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선별하여 출력·복제하도록 해야 한다"며 "디지털 포렌식 감정 진행에 반드시 참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의자나 변호인이 포렌식 과정에 직접 참여해, 수사관이 혐의와 관련 없는 정보를 들여다보거나 수집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 역시 "포렌식 과정에 직접 참여해 수사기관이 해당 사건과 무관한 부분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법이 보장한 피의자의 핵심적인 방어권이다.
한순간의 호기심, '성범죄자' 낙인으로…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단순한 '음란 대화'로 가볍게 생각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른다. 미성년자와 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행위는 '성착취 목적 대화'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법무법인 하신 김정중 변호사는 "최근 아청물 사건의 경우 대부분 검찰에서 징역형으로 구형하고, 실형이 많이 나오는 추세"라며 "초기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호기심이 평생 '성범죄 전과자'라는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는 것이 힘, 절차적 권리가 생존을 좌우한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포렌식은 피하기 어려운 수사 절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은 피의자에게도 '방어권'이라는 무기를 쥐여줬다. 변호인과 함께 포렌식 과정에 참여해 수사 범위를 혐의사실과 관련된 최소한의 영역으로 제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사생활 침해와 '별건 수사'의 늪에서 자신을 지키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다.
디지털 기록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시대, 법의 잣대 앞에 선 이들에게 자신의 절차적 권리를 아는 것은 곧 생존의 문제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