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하다 사람을 삽으로 내리쳤다면…'강도살인미수'일까, '강도상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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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하다 사람을 삽으로 내리쳤다면…'강도살인미수'일까, '강도상해'일까

2021. 11. 11 16:22 작성2021. 11. 20 15:10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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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서 삽으로 피해자 내리치고 목 졸라 '강도살인미수죄'로 기소

"살인 고의 없었다"며 강도상해죄 주장⋯배심원들의 판단은?

로톡뉴스가 다녀온 국민참여재판

지난 5월, 삽으로 피해자를 내리치고 목을 조른 A씨. 그는 강도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지난 9일 수원지법 국민참여재판 법정에 섰다. 하지만 검찰 측 주장과 달리 그는 '강도상해죄'를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선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5월, 찬 새벽 공기를 뚫고 주유소에 들어온 차량 한 대. 아무도 없는 이곳에 나타난 A씨의 행동은 심상치 않았다. 그는 돌연 세차장에서 삽을 들고 나왔다. 이후 익숙하게 건물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3층의 한 방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갑자기 허공에 들고 있던 삽을 아래로 내리쳤다. 삽날이 향한 곳은 자고 있던 남성 B씨의 목 부위. 다행히도 급소를 피해 B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아직 A씨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B씨의 거센 저항에 삽을 빼앗기자 A씨는 B씨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돌연 힘을 푼 A씨는 B씨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112에 신고해라."


이후 CC(폐쇄회로)TV엔 삽을 들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며 신고 전화를 하는 B씨의 모습,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오는 A씨가 포착됐다. 그리고 A씨는 경찰을 기다렸다가 순순히 연행됐다.


재판의 쟁점은 살인 고의 있었는지 여부

엄청난 원한이라도 있었던 걸까. A씨는 왜 그날 새벽, B씨를 노린 걸까. 지난 9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연한 녹색의 수의를 입은 A씨를 만나볼 수 있었다.


공판을 맡은 검사는 그가 '강도살인미수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①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빼앗는 과정에서 ②살인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것.


하지만 A씨는 이를 부인했다. 이전에 해당 주유소에서 일했던 A씨는 1층에 있던 금고의 돈을 훔치려고 한 것은 맞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보안카드를 가져오기 위해 피해자인 B씨의 방에 들어간 것도 맞다고 했다. 다만, 살인하려는 목적이 없었다고 했다.


A씨의 말대로라면 '강도상해죄'에 해당했다. 강도살인미수와 강도상해, 이 두 혐의를 가리는 건 중요했다. 형량에서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강도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처벌된다. 형량이 높기 때문에 A씨처럼 미수에 그쳐도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강도상해죄도 무기 또는 7년 이상으로 형량이 무겁지만, 강도살인죄보다는 낮다.


결국 재판의 쟁점은 살인의 고의(②) 여부였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속을 볼 수 있지 않은 이상, 이를 알기는 어렵다. 이때 이 사건 심리를 맡은 김미경 부장판사가 입을 뗐다. 당시 A씨의 행동 등에서 "이렇게 하면 사람이 죽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보이면, 이는 '미필적 고의'로 보고 살인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풀어서 설명했다.


이후 재판정의 대형 스크린 두 대에는 각종 증거 자료들이 등장했는데, 재판부는 스크린 한 대를 방청석까지 이동시키거나 "(자료를) 확대해서 보여달라"며 배심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강도살인미수죄 인정했다가 입장 바꾼 피고인

본격적으로 재판에 돌입 후, 검찰과 변호인 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우선 검찰은 A씨가 '삽을 든 행동'에 집중했다. A씨가 사용한 건 총 길이 94cm, 날 길이 22cm의 큰 삽. 이런 삽으로 사람을 공격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 사례가 다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조사에서 A씨는 강도살인미수죄를 '인정'했었다. 실제로 "사람의 목 등을 삽 등 날카로운 것으로 내리치면 죽을 수 있는 거 아냐"는 검사의 질문에 A씨가 "네"라고 대답하기도 한 점을 들며 살인의 고의,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피해자도 "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하며 검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난 9일, 수원지법 204호 법정에서 피고인 A씨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박선우 기자
지난 9일, 수원지법 204호 법정에서 피고인 A씨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박선우 기자


하지만 변호인 측은 삽이 위험한 물건임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이를 '보호용'으로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해당 주유소를 그만둔 뒤 약 50일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노숙을 했다며, 살인에 이를 정도로 강하게 공격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또한, 검찰 조사에서 강도살인미수를 인정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에 모두 대답한 것은 삶에 대한 자포자기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검찰이 묻는 말에, 대부분 "네"라고 답했던 것이라 했다. 정말 살인이 목적이라면 112 신고 요청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A씨의 과거 전력이 여러 번 언급되기도 했다. 어릴 적,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아버지를 살해했던 A씨. 이후 오랜 기간 징역형을 살았다. 하지만 A씨는 그 사건 이후 "패륜아"라는 비난을 받으며 살아왔고,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질 수도 없어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아왔다고 했다. 이 때문에 A씨는 "살인의 의도는 절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배심원 만장일치로 강도살인미수죄 유죄⋯재판부, 징역 6년 선고

최후 변론을 앞둔 상황. 검찰은 강도살인미수죄로 징역 20년과 보호관찰명령 5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변호인은 강도살인미수가 아닌 강도상해죄를 주장하며 선처를 구했다. 이런 가운데 피고인은 "죄송하고 수형생활로 죗값을 대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약 3시간 동안 이뤄진 배심원 평의. 결과는 어땠을까. 배심원 7명 만장일치로 강도살인미수죄 유죄로 판단했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미경 부장판사)도 배심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충분히 사람을 살해하려는 인식이 있었고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삽이라는 범행도구의 위험성 △공격 부위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점 △수사기관 진술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이어 ▲A씨가 존속살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20년이 넘은 점 ▲살해 의사를 드러내는 등의 범죄는 전혀 저지른 적 없는 점 ▲돈을 훔치러 갔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살인죄를 다시 범할 위험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호관찰명령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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