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대 떼였다" 고소했다간…'피해자'가 '피의자' 되는 법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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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대 떼였다" 고소했다간…'피해자'가 '피의자' 되는 법적 딜레마

2026. 03. 19 17:2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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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대가는 '불법'…사기죄 입증은커녕 되레 처벌받을 수도

성매매 대가를 받지 못한 여성이 사기죄 고소를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괘씸해서 고소하고 싶어요." 1년 전 성매매 대가를 받지 못한 여성이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사기죄 고소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본인이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이 보호하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 금전 문제, 피해를 호소하다가 오히려 피의자로 전락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변호사들의 자문을 통해 짚어봤다.


"돈 준다더니…" 1년 만에 돌아온 배신감


화류계에 종사하는 A씨의 사연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4월, 가게에서 만난 손님과 합의하에 돈을 받기로 하고 손님의 집에서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약속된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A씨는 "제 성격상 돈 달라는 말을 못해서 나중에라도 주겠지 하고 넘어갔습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렇게 잊고 지내다가 최근 급전이 필요해진 A씨는 손님에게 연락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거절이었다.


A씨는 "저는 당연히 손님한테 받을 돈이 있으니 돈 받을줄 알고, 손님 기분 안상하게 돌려가면서 정중히 부탁했는데도 불구하고 안된다고 하니 너무 괘씸합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문제는 명확한 물증이 없다는 것. 구두로만 합의했을 뿐, 돈을 받기로 했다는 증거가 없어 고소가 가능한지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사기죄 될 수는 있지만…" 원칙과 현실의 간극


변호사들은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행동이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이희범 변호사는 "일명 성매매의 대가인 화대도 사기죄의 객체는 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진규 변호사 역시 "성매매 할 당시 상대방이 처음부터 성관계 후 돈을 지급하지 않을 의도였거나, 지급할 능력이 없었다면 A씨를 기망했다고 볼 수 있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손님이 애초부터 돈을 줄 생각 없이 A씨를 속여 성관계를 가졌다는 '기망의 고의'가 입증된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법리적인 가능성일 뿐, 변호사들은 실제 소송으로 나아가는 것에는 극히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되찾을 돈 0원, 되레 '전과자' 될 수도 있는 '법의 함정'


변호사들이 고소를 만류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씨가 떼인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피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성매매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불법행위이므로, 이와 관련된 채권은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라고 못 박았다. 성매매 대가는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해, 상대방이 주지 않더라도 법원을 통해 강제로 받아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고소 과정에서 A씨의 성매매 행위가 드러나면, 본인 역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 벌금)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성매매 관련 사기죄 성립 가능성은 있지만 이는 입증이 관건이며, 귀하와 상대방 모두 성매매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습니다"라며 섣부른 법적 대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돈 한 푼 못 받고 전과 기록만 남을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증거 없는 고소는 무리수"…'무고죄' 역풍까지


설상가상으로 A씨는 손님의 '기망 행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도 없다. 한장헌 변호사는 "단순히 함께 있었던 사실(CCTV 등)만으로 금전적 합의를 입증하기는 힘듭니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고소했다가 혐의 입증에 실패하면, 오히려 상대를 허위로 고소한 '무고죄'로 역공을 당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장휘일 변호사는 "증거가 없고 단순히 성매매로 인해 약속된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고소가 어려울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본인 역시 불법 행위에 연루될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적 대응의 실익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최성현 변호사는 "따라서 법적 대응보다는 다른 해결 방안을 모색하시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억울함을 풀려다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는 법의 역설적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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