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알려준 비밀번호, 다음날 샤워 중 들어온 집주인 처벌될까?
'하루만' 알려준 비밀번호, 다음날 샤워 중 들어온 집주인 처벌될까?
LH청년전세임대 거주 중, 부동산 방문 목적으로 알려준 비밀번호…다음날 무단 침입에 속옷 차림으로 마주쳐

특정일에만 방문을 허락하며 집주인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준 세입자. 하지만 다음 날 집주인이 무단으로 침입해 샤워 중인 세입자와 마주쳤다. / AI 생성 이미지
이사를 앞두고 임대인(집주인)에게 부동산 방문 목적으로 단 하루만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던 A씨. 그러나 다음 날, 샤워를 하던 A씨는 아무런 예고 없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임대인 부부와 마주쳤다.
속옷 차림으로 당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A씨는 극심한 수치심과 불안감을 느꼈다. 임대인의 이런 행동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없을까?
'벨 눌렀는데 답 없어서'…임대인의 변명, 통할까?
LH 청년 전세 임대로 거주 중이던 A씨는 회사 이직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임대인과 합의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30일, 임대인으로부터 "부동산에서 방문할 수 있으니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그날 하루만 집을 확인할 수 있도록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 날인 7월 1일에 발생했다. 퇴근 후 집에서 샤워를 하던 A씨는 임대인 부부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온 것을 발견했다.
A씨가 "왜 말도 없이 들어오시냐"고 따져 묻자, 임대인은 "벨을 세 번 눌러도 반응이 없어, 안 계신 줄 알았다"고 해명한 뒤 사과하며 나갔다. 그러나 A씨는 속옷 차림으로 겪은 일에 큰 충격과 수치심을 받았고, 이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사들 "명백한 주거침입죄…동의 범위 넘어선 행위"
변호사들은 임대인의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대차 계약 기간 중에는 주거의 사실상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임차인에게 있으므로, 집주인이라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유환선 변호사는 "임차인 거주 공간에 임대인이 허락 없이 진입한 경우 원칙적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의를 하지 않았던 기간에 임의로 들어온 사실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A씨가 비밀번호를 알려준 행위가 '포괄적 동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비밀번호를 알려준 사실이 있더라도 특정한 방문 목적이나 시점에 한정된 동의였다면, 이를 넘어선 출입까지 포괄적으로 허락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대인이 '벨을 눌렀다'고 주장하는 점에 대해서도 변호사들은 주거침입죄 성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봤다. 법률사무소 도결 최우준 변호사는 "사전 연락이나 명시적 동의 없이 들어온 점, 당시 실제 거주 중이었던 점은 중요하다"며 임대인의 고의나 경위에 대한 다툼이 생길 수는 있지만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봤다.
형사고소와 별도로 정신적 피해 보상 '위자료' 청구도 가능
A씨는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할 수 있다. 임대인의 무단 침입은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샤워 후 속옷 차림인 상태에서 사전 연락 없이 임대인이 무단 출입한 상황이라면 큰 충격과 수치심을 느끼셨을 것"이라며 "주거침입죄로 고소하거나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적 대응을 위해서는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변호사들은 공통적으로 ▲비밀번호를 즉시 변경하고 ▲향후 무단 출입을 금지한다는 의사를 문자로 명확히 남기며 ▲비밀번호를 알려줄 당시의 대화 내용, 임대인의 사과 발언 등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LH에도 임대인 무단출입 사실을 즉시 신고해 임대인 지도·재발 방지 조치를 요청하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