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거면 내가 준 1.3억 갚아' 시부모의 돌변…변호사들 "반환 의무 없다" 만장일치
'이혼할 거면 내가 준 1.3억 갚아' 시부모의 돌변…변호사들 "반환 의무 없다" 만장일치
28년차 주부, 남편의 이혼 요구와 함께 시부모로부터 과거 생활비 지원금 반환 압박에 처해. 법조계는 '차용증 없는 돈은 증여'라며 부당한 요구라고 선을 그었다.

시부모가 준 돈은 차용증이 없다면 증여로 간주되어, 이혼 때 반환 의무가 없다고 법률 전문가들이 판단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이혼해. 그리고 부모님이 주신 1억 3천만 원, 당장 갚아."
28년간 헌신한 아내에게 남편이 던진 말은 비수와 같았다. 시부모까지 가세한 '줬던 돈' 반환 요구에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평생을 바친 가정에서 빚쟁이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A씨. 과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줬다 뺏는 돈?"…변호사 20인, 만장일치 "반환 의무 없다"
A씨의 사연에 대해 법률 전문가 20명은 약속이나 한 듯 "돌려줄 법적 의무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시부모가 건넨 돈의 성격을 '대여(빌린 돈)'가 아닌 '증여(준 돈)'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이재희 변호사는 "돌려줄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법무법인(유한)LKB평산 정다미 변호사 역시 "단순히 이혼을 요구하면서 이를 돌려달라고 한다하여 순순히 반환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명확하다. 돈을 주고받을 당시 차용증을 쓰지 않았고, 정기적으로 이자를 지급한 사실도 없으며, '생활비'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쳐 지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혜명 정지윤 변호사는 "대여금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차용증 등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대부분은 증여로 인정되고 이 경우 당연히 반환의무는 없다"고 설명했다.
차용증 없으면 안 갚아도 되나? 법원의 답은 '그렇다'
법적으로 증여와 대여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여금은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이지만, 증여는 그렇지 않다. 특히 우리 민법은 이미 이행이 완료된 증여는 함부로 되돌릴 수 없다고 규정한다(민법 제558조).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이미 이행된 증여에 대해서는 철회할 수 없다"며 "시부모 측에서 '이혼할 것이므로 돌려달라'는 논리로 주장하는 경우 법적으로 반환 의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시부모가 "혼인 유지를 조건으로 준 돈"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은 "가정생활 유지를 조건으로 하였는지 여부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설령 그런 당부가 있었다 하더라도, 가정이 깨졌을 때 이를 반환하겠다는 조건부 증여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0가단11563 판결).
즉, '이혼'이라는 사정 변경만으로 과거의 증여를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혼 못 해준다" 버티면?…'집 팔자'는 남편 막을 '비장의 카드'
남편이 집을 팔아 돈을 갚자는 제안 역시 A씨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은 통상 공동재산으로 인정되므로, 한쪽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법무법인 유안 김용주 변호사는 한발 더 나아가 "만약 집 명의가 배우자로 되어있다고 하면 상담자의 동의 없이도 집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다"며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권고했다.
재산분할 땐 '기여도'로 참작…별도 반환은 '글쎄'
물론 시부모가 준 돈이 이혼 과정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 돈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남편 측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높이는 요소로 참작될 수 있다. 즉, 부부 공동재산을 나눌 때 남편이 조금 더 많은 몫을 주장할 근거가 될 수는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시부모에게 1억 3천만 원을 빚으로 갚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특유재산(증여·상속 재산)이라 하더라도 혼인 후 상대방의 재산 유지나 증식에 협력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8년간 가사와 양육, 경제활동을 해온 A씨의 기여 역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변호사들의 조언은 하나로 모인다. 부당한 요구에 응하지 말고,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지켜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