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사기단 된 20대, '성추행 팀장 때문에 못 나왔다'…실형 피할까?
코인 사기단 된 20대, '성추행 팀장 때문에 못 나왔다'…실형 피할까?
법조계 '강제추행 판결문이 핵심 증거'…범죄단체 가담, 강요된 행위 인정될까

20대 청년이 합법인 줄 알고 입사한 첫 직장이 82억 원대 사기 조직으로 밝혀졌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합법인 줄 알았던 첫 직장이 82억 원대 사기 조직이었고, 상사의 성추행과 협박에 시달리다 범죄자로 전락한 20대 청년의 사연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꿈의 첫 직장, 알고 보니 82억 사기 조직
2023년 12월, 당시 20세였던 A씨는 친구의 소개로 한 코인 판매 회사에 입사했다. 대표, 팀장, 부장 등 체계적인 직책이 나뉘어 있어 정상적인 회사라고 믿었다.
그의 업무는 전화로 코인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입사 3개월 후, 그가 판매하던 코인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고 A씨는 회사가 사기 조직임을 직감했다.
덫이 된 직장…'팀장 성추행·협박에 발목 잡혔다'
A씨는 곧장 회사를 그만두려 했지만, 팀장의 발목잡기가 시작됐다. 팀장은 A씨를 상대로 강제추행과 폭행, 협박을 일삼으며 퇴사를 막았다.
A씨의 악몽은 경찰 광역수사대가 해당 조직을 급습하면서 끝나는 듯했다. 수사 과정에서 팀장이 구속되자, A씨는 용기를 내 그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팀장에게 징역 1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를 선고하며 A씨의 피해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에서 피고인으로…'범죄단체 가입' 혐의
그러나 A씨는 성범죄 피해자임과 동시에 범죄 조직의 가담자라는 굴레를 벗지 못했다. 검찰은 그를 범죄단체가입·활동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미 재판이 끝난 본사 조직원들은 대표 12년, 팀장급 6~9년, 다른 상담원들도 6개월에서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상황. A씨는 "실형을 각오해야 하냐"며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변호인단 '강제추행 판결문, 양형의 열쇠'
법조계는 A씨가 혐의를 전부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강요된 상황'을 입증하는 것이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의 핵심이라고 분석한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는 "팀장의 강제추행 및 협박으로 이탈하지 못했다는 점이 형사판결로 입증된 점"을 중요한 정상참작 사유로 꼽았다. 팀장의 범죄 사실이 담긴 판결문 자체가 A씨 주장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강력한 증거라는 취지다.
반면, 서아람 변호사(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는 보다 신중한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팀장의 추행·폭행은 양형에 참작 요소는 될 수 있겠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범죄 가담 기간 동안 A씨가 급여를 수령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한 사실도 분명하기에, 강요된 상황이었다는 주장만으로 모든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법원이 A씨의 행위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점을 얼마나 중요하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양형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팀장의 범죄가 A씨의 형량을 낮추는 '유리한 카드'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실형을 피할 '결정적 카드'가 될지는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실형이냐 집행유예냐…'피해 회복 의지'가 관건
결국 A씨의 운명은 재판부가 그의 '자발성'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변호인들은 A씨가 ▲범행 당시 20세의 어린 나이였던 점 ▲전체 피해액 82억 중 가담액(3000만 원)과 실제 수령액이 매우 적은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공탁하려는 의지가 있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을 노리는 취업 사기 범죄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이번 사건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