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아들 태우고 응급실 가던 중 '쾅'…홍대 무단횡단 보행자 친 아빠의 책임은
소아암 아들 태우고 응급실 가던 중 '쾅'…홍대 무단횡단 보행자 친 아빠의 책임은
법적 과실 비율은 보행자가 최대 80%로 압도적
'응급 이송' 사정은 형사 양형에 참작

패혈증이 의심되는 아들을 응급실로 데려가던 길, 아버지의 차 앞에 적색신호를 무시한 보행자가 뛰어들었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소아암 투병 중인 아들을 응급실로 급히 데려가다 무단횡단 보행자를 친 아버지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지난 16일 오후 10시 25분경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서 20대 여성 보행자가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여성은 도로 중앙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버스를 타기 위해 적색 신호에 무단횡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승용차 운전자 A씨는 녹색 주행 신호에 맞춰 직진하던 중 여성을 쳤다. A씨의 차량 뒷좌석에는 장 누수와 패혈증이 의심되는 13세 소아암 투병 아들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다급히 향하던 길이었다.
"응급실 가던 길" 법적 면책 사유는 아니지만 양형엔 참작
A씨가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횡단보도 사고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엄벌에 처해지지만,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일 때의 무단횡단은 법적으로 보행자 보호 의무가 적용되는 횡단보도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A씨가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피해자와 합의한다면 '공소권 없음' 처리되어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설령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응급 환자를 이송 중이었다는 다급한 사정은 양형에서 매우 유리한 참작 사유로 작용해 집행유예 등 경미한 처벌에 그칠 확률이 높다.
무단횡단 보행자 과실이 최대 80%…운전자 책임은 제한적
그렇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즉 누구의 잘못이 더 클까. 법적으로는 무단횡단을 한 보행자의 귀책사유가 훨씬 크다.
기본적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운전자에게는 다른 사람도 교통법규를 지킬 것이라 믿고 운전하면 된다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 피해자는 야간에 버스를 타기 위해 빨간불에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으며, 정상 주행 중이던 운전자가 이를 예측해 피하기란 극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만 A씨에게도 일부 과실은 인정될 수 있다. 법원은 홍대입구역 인근처럼 차량과 사람의 통행이 잦은 번화가에서는 무단횡단 보행자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동태를 살펴야 하는 전방주시의무를 운전자에게 묻고 있다.
실제 법원 판례들을 종합하면, 야간 번화가에서 발생한 무단횡단 사고의 경우 갑자기 도로로 뛰어든 보행자의 과실을 65~80%로 보고, 운전자의 과실을 20~35% 수준으로 책정한다. 사고의 일차적이고 주된 원인이 보행자의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에 있기 때문이다.
응급 이송 중이었다는 사정은 심정적으로 안타깝지만, 민사상 과실 비율을 직접적으로 깎아주는 법적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A씨는 야간 번화가라는 특수성 탓에 전방주시의무 위반에 따른 일부 민사적 책임은 지게 되겠지만, 주된 잘못은 무단횡단 보행자에게 있으며 형사적 처벌 수위 역시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