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집주인 잠적? ‘지급명령’은 함정, ‘소송’으로 돌파하라
전세사기 집주인 잠적? ‘지급명령’은 함정, ‘소송’으로 돌파하라
변호사들 만장일치 경고 “공시송달 안 되는 지급명령은 시간 낭비”

전세사기로 집주인이 잠적한 묵시적 갱신 상태라면 지급명령 대신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사기로 집주인이 잠적하고 묵시적 갱신 상태에 묶여 버린 세입자. 법률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신속해 보이는 ‘지급명령’ 신청은 공시송달이 불가능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경고했다.
대신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해 소장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임차권등기 시점의 치명적 위험을 인지한 후, 승소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과 형사고소까지 나아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내용증명도 반송… 출구 없는 세입자의 절규
다세대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A씨의 하루는 절망 그 자체다. 집주인은 종적을 감췄고, 이웃집들은 경매로 넘어갔지만 1순위 근저당이 꽉 잡고 있는 A씨의 집은 경매마저 취하됐다.
법적으로 계약을 끝내려 해도,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보낸 계약 해지 내용증명은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다. 집주인이 주민등록만 남겨둔 채 실제로는 살지 않는 탓에 우편물은 계속 반송되고, 설상가상으로 TV와 인터넷마저 일방적으로 끊겨 버렸다.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공시송달, 지급명령, 반환소송 등 낯선 법률 용어의 벽 앞에서 막막함을 토로했다.
“지급명령은 함정”... 법조계의 만장일치 경고
피해자들이 흔히 떠올리는 신속 절차인 '지급명령'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독이 든 성배’라고 경고했다.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에 게시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황세현 변호사는 “지급명령에서는 공시송달은 허용되지 않으므로, 본 건에서 지급명령 신청은 해당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시완 변호사 역시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안에서는 활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고, 하경남 변호사도 “지급명령은 공시송달이 안 됩니다”라고 못 박았다.
섣불리 지급명령을 신청했다가는 시간만 허비하고 사건이 각하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다.
정답은 ‘소송’… 소장(訴狀)이 곧 해지 통지서
변호사들이 제시한 유일하고 확실한 돌파구는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었다.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장 자체에 계약 해지 의사를 명시해, 법원의 송달 절차를 통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김명수 변호사는 “본건과 같은 경우에는 바로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장부본의 송달로서 해지통지를 갈음하면 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진훈 변호사 역시 “지급명령은 이의 제기 시 소송으로 전환되므로, 처음부터 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면서 공시송달 신청을 함께 하시는 것이 효율적입니다”라며 소송을 통한 정면 돌파가 가장 효과적임을 역설했다.
소장이 공시송달로 집주인에게 도달된 것으로 간주되면, 그로부터 3개월 후 묵시적 갱신 계약은 법적으로 완전히 해지된다.
“섣부른 이사는 금물”... 생존을 위한 핵심 주의사항
소송과 별개로 피해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거주 문제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A씨처럼 1순위 근저당이 있는 경우 경매가 재개되어도 보증금 전액 회수가 불확실하므로, 당분간 거주를 유지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만약 이사가 불가피하다면, ‘임차권등기명령’ 절차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피해야 한다.
법원은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이사하여 점유를 상실하면 대항력이 소멸한다고 본다. 따라서 반드시 법원의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후에 이사해야 소중한 보증금을 지킬 우선권을 잃지 않는다.
승소 그 이후, 진짜 싸움의 시작
힘겨운 소송에서 이겨 판결문을 받아내는 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김명수 변호사는 이후 절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승소판결 확보후에는 임대차목적물 등 임대인 보유재산을 물색하여(재산명시신청) 담보력이 남아 있는 재산을 대상으로 강제경매를 신청하여 배당을 받는 방법으로 보증금을 회수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관련자료들(임대차계약서, 등기부등본,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 등)에 대한 검토 후 임대인을 전세사기혐의로 형사고소하는 방법, 중개사와 중개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형사 고소로 잠적한 집주인의 소재를 파악하고, 계약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중개사에게도 책임을 묻는 등 다각적인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