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만 받고 고소 취하 '나 몰라라'…뒤통수 맞았을 때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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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금만 받고 고소 취하 '나 몰라라'…뒤통수 맞았을 때 대처법

2025. 11. 06 09:3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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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서 없이 구두 약속만 믿고 돈 보냈다가 낭패…전화 녹취 파일, 법적 효력과 한계는? 변호사 7인이 말하는 민·형사상 반격 카드와 최선의 예방법

합의금을 받고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강제할 순 없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돈 부쳤잖아요!”…합의금 받고 고소 취하 약속 뒤집은 피해자, 처벌 가능할까?


“고소만 취하해주면 합의금을 주겠다.” A씨는 피해자 B씨의 말만 믿고 서둘러 돈을 입금했다. 전화기 너머로 약속을 확인했고, 그 통화 내용은 고스란히 녹음됐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B씨는 감감무소식. 되레 B씨는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며 태도를 바꿨다. 돈은 이미 건너갔고, 형사 처벌의 위기는 그대로 남았다.


A씨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B씨를 처벌하고, 줬던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상황이 복잡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믿었던 '고소 취하' 약속, 녹음 파일만 믿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화 녹음 파일 하나만으로 B씨에게 고소 취하를 강제할 수는 없다. 법무법인 새여울의 박승배 변호사는 “고소 취하는 피해자의 고유한 권리이므로, 고소 취하를 약속했다는 녹음 파일 자체만으로 고소 취하의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고소는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지만(형사소송법 제232조), 그 결정은 오롯이 고소인의 의사에 달렸다는 의미다.


하지만 녹음 파일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녹음 파일은 법적으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고 고소를 취하하기로 명확히 약속했다’는 내용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고소 취하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변호사들 “강제 취하 불가, 그러나…반격 카드 있다”


그렇다면 A씨가 꺼내 들 수 있는 반격 카드는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크게 두 가지 길을 제시한다. 바로 민사 소송을 통한 ‘돈의 반환’과, 형사 고소를 통한 ‘처벌’이다.


법무법인 쉴드의 이진훈 변호사는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고도 고소 취하를 거부하는 행위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해 지급한 합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합의의 전제 조건이었던 ‘고소 취하’가 이행되지 않았으니, 합의금 역시 법률상 원인 없이 B씨가 챙긴 부당한 이득이라는 논리다. 이때 A씨의 녹음 파일과 계좌 이체 내역은 B씨의 약속 위반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된다.


'못 돌려받을 줄 알았지?'…'사기죄'라는 칼


상황에 따라서는 더 날카로운 칼을 겨눌 수도 있다. 바로 ‘사기죄’ 고소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는 “피해자가 처음부터 고소를 취하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합의금을 받을 목적으로 거짓 약속을 했다면 사기죄(형법 제347조)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마음이 바뀐 것을 넘어, 애초에 A씨를 속여 돈을 뜯어낼 ‘기망’의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사기죄 입증은 간단치 않다. B씨가 “나중에 마음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면 ‘고의성’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변호사들은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불응 시 사기죄 고소 등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하는 전략을 추천하기도 한다.


재판에선 '양형 참작' 카드…'합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설령 B씨가 끝까지 고소를 취하하지 않더라도 A씨의 노력은 헛되지 않는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해당 녹음 파일을 제출하여 이미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의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서 기소유예나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피해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다는 점이 인정돼 형량을 정할 때 유리한 요소(양형 참작 사유)로 작용한다.


결국 A씨가 B씨에게 돈을 보낸 행위는 ‘피해자와 합의하려 했다’는 객관적 증거로 남아,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해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박승배 변호사는 “절대 피해자가 괘씸하다 해서 억지로 고소 취하를 종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자칫 2차 가해나 협박으로 비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서면 합의서’ 작성을 꼽는다. 합의금 액수, 지급 시기, 고소 취하 조건 등을 명확히 글로 남기고, 가급적 합의금 지급과 고소취하서 제출을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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