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만으론 안 되는 빚 대물림…'한정승인' 병행 방안은
'상속포기'만으론 안 되는 빚 대물림…'한정승인' 병행 방안은
나만 포기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4촌까지 빚 대물림될 수 있어 주의해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부친상을 당한 A씨는 고인이 남긴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상황에 처했다.
A씨는 미납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세금, 개인 채무 등을 승계하지 않기 위해 '상속포기'를 검토했다. 그러나 본인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채무가 완전히 소멸하는지, 혹은 다른 친족에게 빚이 전가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나만 '상속포기'하면 끝?…사촌까지 빚 대물림될 수도
A씨 혼자 상속을 포기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친척에게 그 책임이 넘어간다.
상속포기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된다. 따라서 고인의 빚을 갚을 의무도 없다.
하지만 법무법인 로어스 석동원 변호사는 "상속을 포기하면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상속권이 넘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상속 순위는 자녀와 같은 직계비속(1순위)에서 시작해 부모 등 직계존속(2순위), 형제자매(3순위), 4촌 이내 방계혈족(4순위)으로 이어진다.
빛솔 법률사무소 정민환 변호사 역시 "본인만 상속포기한다고 채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족관계를 확인하여 포기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의 계획대로 4촌까지 빚이 넘어가지 않게 하려면, 상속 순위에 해당하는 친척들이 순서대로 모두 상속포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번거롭고, 한 명이라도 누락하면 그 사람이 빚을 떠안게 될 위험이 있다.
빚 대물림 막는 안전장치, '1인 한정승인, 나머지 상속포기'
변호사들은 이런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한 실무상 안전장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바로 상속인 중 한 명은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하는 방법이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고인의 빚을 갚는 제도다. 예를 들어 재산 1000만원과 빚 1억원을 상속받았다면, 재산 1000만원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만큼만 갚고 나머지 9000만원의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
법무법인 홍현필 법률사무소의 홍현필 변호사는 "상속인 중 1인이 한정승인을 신청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친족들에게 채무가 전가되는 것을 막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승인을 하면 그 시점에서 상속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되기 때문에, 4촌까지 이어지는 '빚의 대물림' 고리를 끊을 수 있다. 법률사무소 새양재 홍현기 변호사도 "한정승인은 후순위 친족에게 채무가 넘어가는 문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행동' 먼저 하면 빚 전부 떠안을 수도…3개월 내 신청해야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결심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상속이 시작된 것을 안 날(보통 사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기간을 놓치면 빚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물려받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돼 모든 빚을 떠안게 될 수 있다.
더 중요한 주의사항도 있다. 법원의 결정이 나기 전에 고인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하거나 처분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 정재익 법률사무소의 정재익 변호사는 "고인의 재산(현금, 귀중품 등)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처분하면 단순승인으로 간주되어 상속포기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현필 변호사 또한 "고인 명의의 예금 인출, 자동차 매각, 보증금 수령 등의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채권자에게서 독촉장이 오더라도 임의로 빚을 갚지 말고, 법원의 결정 이후 정식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