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보낸 '그 영상', 공소시효 끝?...변호사들 "지운 지금부터 다시 시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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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보낸 '그 영상', 공소시효 끝?...변호사들 "지운 지금부터 다시 시작" 경고

2025. 12. 16 17:1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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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은 2020년 범죄, SNS에 남은 영상 '소지'는 어제의 범죄…'즉시범'과 '계속범' 법리 충돌

4년 전 전송한 불법촬영 영상을 최근 삭제했다면 새로운 공소시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법조계의 경고가 나왔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4년 전 보낸 불법촬영 영상을 이제야 지웠는데, 바로 그 삭제 행위 때문에 공소시효가 새로 시작될 수 있다는 법조계의 서늘한 경고가 나왔다. 4년 전의 범죄가 끝났다고 안도한 순간, 바로 어제의 행위로 또 다른 범죄의 시효가 시작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2020년, A씨는 여자친구를 몰래 촬영한 영상을 지인에게 SNS로 보냈다.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영상을 바로 지웠기에 범죄의 증거는 사라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4년의 세월이 흐른 최근, 그는 우연히 열어본 SNS 메시지함에 '그 영상'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했다. 황급히 대화방을 나가 영상을 삭제했지만, 그의 진짜 공포는 바로 그 '삭제'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시작됐다.


째깍째깍... A씨 손에 들린 '두 개의 시한폭탄'


변호사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유는 A씨의 행위가 '두 개의 시한폭탄'을 동시에 작동시켰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그의 행동이 '불법촬영물 제공죄'와 '불법촬영물 소지죄'라는 두 가지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 시한폭탄은 '제공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 2항)다. 이는 2020년 A씨가 영상을 타인에게 전송한 순간 범행이 완료된 '즉시범'이다. 범죄가 그 즉시 완성되고 종료됐기에, 공소시효 7년은 2020년부터 계산된다. 이 폭탄의 신관은 이미 상당 부분 타들어 간 셈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두 번째 폭탄, 바로 '소지죄'(성폭력처벌법 제14조 4항)다. 2020년 5월 신설된 이 죄는 불법촬영물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는 한 범죄가 계속된다고 보는 '계속범'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소지라는 위법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범죄행위는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A씨가 영상을 삭제한 '바로 어제' 소지 상태가 끝났으므로, 공소시효 5년은 바로 그 시점부터 새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경고다.


"2020년이냐, 바로 어제냐"…법조계도 '갑론을박'


이처럼 복잡한 법리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법무법인 선의 김우중 변호사 등 다수 변호사는 '제공죄'에 초점을 맞춰 "공소시효는 2020년부터 기산된다"고 분석했다. 범죄 행위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무법인 시우의 김연수 변호사는 '소지죄'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정반대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불법촬영물 소지의 경우 소지가 계속되는 동안 범행이 끝난 것이 아니므로, 지운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고 경고했다. 경찰 수사팀장 출신인 법무법인 베테랑의 황순철 변호사 역시 "어제 범행이 종료된 것으로 보아 그때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될 것"이라며 같은 의견을 보탰다.


'몰랐다'는 항변, 법정에서 통할까?


A씨는 "SNS에 영상이 남아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얼떨결에 보고 지웠다"고 주장한다. 소지죄는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도 가지고 있으려는 '고의'가 입증돼야 하는 고의범이다. 한 변호사는 "본인도 모르고 있다가 삭제했다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 방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법정의 문턱은 높다. 김연수 변호사는 "본인이 직접 그 SNS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몰랐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전송한 범죄의 증거가 4년간 고스란히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을 수사기관과 법원이 얼마나 믿어줄지가 처벌의 향방을 가를 핵심 관건인 셈이다.


결국 A씨의 '삭제' 행위는 과거의 범죄를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법적 책임을 불러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역설적 상황에 놓였다.


A씨의 사례는 디지털 기록은 완전한 삭제가 아닌 '새로운 책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순간의 잘못이 남긴 데이터가 언제, 어떤 법적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서늘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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