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지문 날인, 유죄의 '시그널'일까?
경찰서 지문 날인, 유죄의 '시그널'일까?
단순 폭행 혐의 조사 후 전자지문 채취, 법조계는 '통상 절차'라면서도 '기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사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의 지문 채취는 통상 절차지만 기소 신호일 수도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경찰서에서 찍은 지문 하나, 유죄의 낙인일까 마지막 신호일까?
"이쪽으로 오셔서 지문 하나 찍고 가시죠." 수사관의 무덤덤한 한마디에 A씨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단순 폭행 혐의 조사는 끝났지만, 진짜 공포는 이제부터였다.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 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품었을 법한 질문, '지문 날인이 유죄의 신호탄은 아닐까?' 법률 전문가들의 답은 명쾌하면서도 복잡했다.
지문 찍으면 유죄?…'신원 확인' 위한 통상 절차
결론부터 말하면, 경찰서에서의 지문 채취가 곧바로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이를 피의자 신원 확인을 위한 '통상적인 절차'라고 입을 모은다.
문종원 변호사(법무법인 신진)는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으면 신분 확인을 위해 지문 등록 절차를 진행한다"며 "그 자체로 크게 염려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20년 경력의 김일권 변호사(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 역시 "주민등록증에 신고된 지문과 동일인인지 확인하기 위한 절차일 뿐, 유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문을 채취할 형사피의자의 범위에 관한 규칙'은 형법 위반 피의자에 대해 수사자료표(범죄 경력을 기록하는 서식)를 작성하며 지문을 채취하도록 규정한다. 혐의가 명백히 없을 때 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역으로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 지문 채취가 기본값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변호사는 왜 심각했나…'기소 가능성' 엿보이는 신호
그렇다면 A씨의 변호사는 왜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까. 지문 채취가 '유죄 확정'은 아닐지라도, 수사기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장헌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혐의가 어느 정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거나, 기소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문을 채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도 "수사기관이 사건을 엄중하게 보거나, 혐의가 일정 부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안병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인도)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전자지문을 채취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수사관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굳이 지문 채취까지 나아가지 않았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안심은 금물'이라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결정적 한 방은 '피해자와의 합의'…반의사불벌죄의 무게
결국 지문 채취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대응'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단순 폭행죄의 법적 성격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가 "지문 채취 사실만으로 유불리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듯, 사건의 향방을 바꿀 열쇠는 바로 '피해자와의 합의'에 있다.
박성현 변호사는 "변호사와 함께 피해자와의 합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소유예나 감형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이라면 증거 확보가 급선무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목격자 진술이나 CCTV 영상 등 정당방위 또는 우발적 사고였음을 입증할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서에서 찍은 지문 하나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면, 주저앉아 절망할 때가 아니다. 그것은 유죄의 낙인이 아니라, '피해자와 합의하고, 당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찾아 맞서 싸우라'는 수사기관의 마지막 신호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