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부양한 아들 vs 40년 의절 자녀, 상속 전쟁 막 올랐다
10년 부양한 아들 vs 40년 의절 자녀, 상속 전쟁 막 올랐다
'구하라법' 소급 적용될까, 변호사들 의견도 '팽팽'…진짜 해법은?

10년간 홀 어머니를 부양한 아들이 부양 의무를 저버린 형제 자매들과 재산을 똑같이 나눠야 할 상황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10년간 홀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부양했지만, 40년간 연락 한 번 없던 누나와 집안을 부수고 폭행까지 한 동생과 재산을 똑같이 나눠야 할 기막힌 상황.
부양의무를 저버린 가족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의 소급 적용을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패륜 자녀에 대한 상속 자격을 묻는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40년 외면한 누나, 폭행 일삼은 동생…피눈물 나는 상속 분쟁
38세 아들 A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2025년 12월 돌아가신 어머니의 상속 문제를 마주하면서다.
편부모 가정에서 10년 넘게 홀어머니를 부양하고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A씨뿐이었다. 하지만 법적 상속인은 A씨 외에 두 명이 더 있다. 40년 이상 연락을 끊고 지낸 이부누나와 10년 가까이 왕래가 없었던 남동생이다.
심지어 동생은 과거 집안의 기물을 파손하고 폭행을 저질렀으며, 이를 스스로 인정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남아 있다.
A씨는 생전 어머니가 두 자녀를 원망하며 쓴 친필 메모와 주변인들의 증언 녹취록까지 확보했다. 그는 부양의무를 내팽개친 형제들과 똑같이 재산을 나누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의 문을 두드렸다.
'구하라법' 소급 적용? 법조계도 '갑론을박'
A씨의 사건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 개정 민법, 이른바 '구하라법'의 적용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법은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상속인의 상속권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담고 있다.
A씨가 계약한 변호사는 어머니의 사망 시점(2025년 12월)이 법 시행 이전이라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법무법인 도하 김형준 변호사는 부칙 조항을 직접 인용하며 "제1004조의2의 개정규정은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로서 이 법 시행 전에 같은 조 제1항 각 호 또는 제3항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던 경우에 대해서도 적용한다"고 말해 소급 적용이 가능함을 분명히 했다.
법률사무소 다감 황준웅 변호사 역시 "현재 계약 중인 변호사가 주장하는 '시행 시점 미달에 따른 적용 불가' 의견은 부칙의 소급 적용 예외 조항을 간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라며 A씨 변호사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반면, 소급 적용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일부에서 말하는 부칙 적용 주장은 '행위가 시행 이후까지 계속된 경우' 등을 근거로 드는 경우인데, 사망 시점이 명확한 상속 사건에서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라고 지적하며, 법정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실무적 견해를 밝혔다.
상속권 박탈이냐, 기여분 확대냐…현실적 해법은?
전문가들은 '상속권 상실' 소송에만 매달리기보다 더 현실적인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 '기여분' 제도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중 특별히 부모를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상속분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법률사무소 율경 홍수경 변호사는 "따라서 질문자님 사안은 '상속권 상실 청구'만 고집하기보다, 어머니 친필 문서의 유언 효력, 질문자님의 장기간 부양에 따른 기여분 주장, 상속분 조정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하는 방향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동규 변호사 또한 "정리하면, 상속권 자체를 박탈하는 방향보다는 '기여분 최대 확보'로 가져가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가 10년간 어머니를 부양하고 금전적 지원을 한 내역은 기여분을 인정받는 데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A씨의 싸움은 상속권 상실이라는 상징적 판결과 기여분 인정이라는 실리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고된 여정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