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원 갚고 싶지만…피해자 몰라 막막한 사기 전과자의 눈물
3천만원 갚고 싶지만…피해자 몰라 막막한 사기 전과자의 눈물
변호사들 "집행유예 가능" vs 법률상 "원칙적 불가"...엇갈린 전망

사기죄로 옥살이를 하고 나온 A씨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피해자와 빚이 남아 있어, 추가 고소에 대한 불안을 떨치지 못한다. / AI 생성 이미지
2020년 사기죄로 2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A씨. 출소 후 피해자들에게 빚을 갚아왔지만,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10명의 피해자와 3천만원의 빚이 남았다.
어떻게든 돈을 갚아 과거를 청산하고 싶지만, 피해자들의 정보를 몰라 변제조차 못 하는 상황. 만약 이들이 추가 고소하면 또다시 쇠고랑을 찰 수 있다는 불안감에 그는 법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돈 받을 사람을 모릅니다"...'묻지마 공탁' 가능할까
A씨는 2020년 3억 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살고 만기 출소했다. 이후 피해자들에게 꾸준히 돈을 갚던 중, 2023년 다른 피해자의 추가 고소로 다시 형사 입건됐다.
그는 즉시 공탁금으로 피해액을 변제했고 사건은 벌금 500만 원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아직 변제하지 못한 10명의 피해자와 3천만 원의 채무가 마음에 걸린다. A씨는 이 돈을 법원에 맡기는 '변제공탁'이라도 하고 싶지만, 길이 막막하다.
변호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피해자의 신원을 모르는 상태에서의 공탁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홍윤석, 조기현 변호사 등은 공탁이 성립하려면 돈을 받을 채권자(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므로, A씨의 경우처럼 피해자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면 공탁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아직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형사공탁이나 변제공탁 자체가 불가합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반면, 원칙적으로는 길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영재 변호사는 "특정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나 계좌를 알 수 없어 직접 변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변제공탁’은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법원이 공탁 수리를 거절하거나 그 효력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는 현실적 한계도 함께 지적했다.
공탁 막혔다면? "변제 의지, 서류로 증명하라"
그렇다면 A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걸까? 변호사들은 공탁이 어렵더라도 포기해선 안 되며,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자료를 만들어두는 '플랜B'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윤석 변호사는 "대신 변제할 자금을 별도의 계좌에 넣어두고 이를 건드리지 않음으로써, 언제든 갚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점을 수사기관에 입증할 자료로 만들어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조언했다.
다른 변호사들도 비슷한 해법을 내놓았다. 한장헌 변호사는 공탁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피해회복 의사서'나 '변제 준비금 예치증명' 등을 준비하라고 했고, 최광희 변호사 역시 '통장 잔고 증명' 등을 의견서와 함께 제출해 변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A씨의 진심을 서류와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향후 재판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형이냐 집행유예냐…변호사들의 희망적 분석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다시 실형을 살게 될까'하는 점이다. 여러 변호사가 '누범(형 집행 종료 후 3년 내 다시 죄를 저지르는 것)'에 해당할 수 있어 실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희망적인 분석도 많았다. 변호인들은 A씨의 사건이 새로운 범죄가 아닌, 과거 사건에서 뒤늦게 드러난 피해라는 점에 주목했다. 홍윤석 변호사는 "이미 판결이 확정된 2020년 사건과 이 사건을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성(형법 제39조)이 양형에 중요하게 고려됩니다"라며 선처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광희 변호사 역시 "이전 추가 고소건에서 벌금형으로 선처받은 점, 그리고 현재 전액 변제 의사가 확고하여 벌금형 및 집행유예가 충분히 고려될 수 있습니다"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변호사들은 A씨의 진정성 있는 피해 회복 노력이 법정에서 인정받는다면 집행유예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법의 벽은 높았다...'집행유예 원칙적 불가' 조항
하지만 변호사들의 희망적 조언과 별개로 A씨는 차가운 법의 벽에 직면해 있다. 제공된 법적 분석에 따르면, A씨의 실형 전력은 집행유예의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로부터 3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결국 A씨의 운명은 피해 회복 노력이 법의 엄격한 잣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재판부의 고심 어린 판단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