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마지막 희망' 재정신청…기각되면 가해자 변호사비 물어내나?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성범죄 피해자 '마지막 희망' 재정신청…기각되면 가해자 변호사비 물어내나?

2025. 10. 14 09:4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검찰 불기소에 법원 문 두드린 피해자, '비용 폭탄' 공포에. 법조계는 '성범죄 사건은 예외, 비용 부담 우려 없다'고 일축. 형사소송법 조항과 실제 적용의 차이를 짚어봤다.

성범죄 피해자로 재정신청을 한 A씨는 만약 기각된다면 가해자의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는지 궁금해 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재정신청 기각 시 '가해자 변호사비' 폭탄? 성범죄 피해자는 걱정 없다


“피해 입은 것도 억울한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네요.” 성범죄 피해를 주장하며 가해자를 고소했던 A씨의 절규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혐의가 없거나 증거가 불충분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결정)에 불복해 항고(검찰 결정에 다시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했지만, 이마저 기각됐다. A씨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은 법원의 문을 직접 두드리는 ‘재정신청’뿐이었다.


가해자가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기록에 찍힌 이름 석 자, 공포의 시작


재정신청을 낸 지 두 달. A씨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형사사법포털에 접속했다. 새로고침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러던 어느 날, A씨의 눈에 낯선 법무법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혔다. 가해자 측이 변호사를 선임해 법원 기록을 열람·복사한 흔적이었다.


그 순간, A씨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재정신청 안내문에 적혀 있던 한 문구였다. ‘재정신청이 기각되면 피의자(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변호사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


억울함을 풀 마지막 기회에서 패소하면, 오히려 가해자의 방어 비용까지 물어주는 ‘비용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했다. 그날 이후 A씨는 밤잠을 설쳤다.


'비용 폭탄' 걱정 말라는데…법 조항엔 왜 남아있나?


과연 A씨의 공포는 현실이 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성범죄 피해자가 재정신청에서 기각되더라도, 가해자의 변호사 비용을 물어주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 조항만 보면 A씨의 우려는 근거가 있다. 형사소송법 제262조의3 제2항은 ‘법원은 재정신청 기각 결정을 할 때, 신청인에게 피의자의 소송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는 무분별한 재정신청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법조계는 이 조항이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설명한다. 윤관열 변호사(법률사무소 조이)는 “성범죄 피해자가 비용 부담을 우려해 권리 구제를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한 사법부의 실무적 원칙”이라며 “비용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백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가온길) 역시 “성범죄 사건은 예외로 취급된다”고 못 박았다.


재판이냐, 종결이냐…'기각' 결정 후 피해자가 갈 수 있는 길


통상 재정신청 결과는 법원이 신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길게는 6개월 안에 나온다. 만약 법원이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인용 결정), 검찰은 의무적으로 가해자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 굳게 닫혔던 형사재판의 문이 극적으로 다시 열리는 셈이다.


반대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기각 결정), 형사 절차는 그대로 종결된다. 하지만 A씨에게 모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은 형사 절차와 별개로,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사건을 뒤집을 만한 새로운 중요 증거가 발견될 경우 다시 수사를 요청할 길도 열려 있다.


검찰의 벽에 막힌 피해자에게 법원의 판단을 구할 마지막 기회를 주는 재정신청 제도. 비록 ‘인용률’이 높지는 않지만, 성범죄 피해자만큼은 비용 걱정 없이 끝까지 싸워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