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폭행 후 합의하면 끝? '아동학대죄' 경고 날아왔다
고등학생 폭행 후 합의하면 끝? '아동학대죄' 경고 날아왔다
단순 폭행 넘어 상해죄·아동학대죄 적용 시 합의해도 처벌 가능

카페에서 고등학생을 폭행한 가해자는 합의해도 상해죄나 아동학대죄로 처벌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카페에서 고등학생과 시비가 붙어 폭행한 A씨. 피해자 부모와 만나 사죄하며 합의만 하면 사건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경찰은 "합의해도 상해죄나 아동학대죄는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순 폭행과 상해, 아동학대는 무엇이 다르며, 합의의 효력은 어디까지일까? 전과자가 될 갈림길에서 변호사 14인의 법적 조언을 통해 사건의 실체와 최선의 대응책을 짚어봤다.
"합의해도 처벌" 경찰 말에 패닉… "전과자 되나요?"
사건은 한순간에 벌어졌다. 카페에서 고등학생과 언쟁을 벌이다 결국 한 명을 폭행한 A씨. 사건 발생 닷새 만에 피해자 부모를 만나 대화하며 원만한 합의를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A씨는 "피해자측에 사죄하고 원만하게 합의하여 사건을 끝내고 처벌을 피하고 싶습니다"라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들려온 조사관의 한 마디는 A씨를 절망에 빠뜨렸다. "합의를 하여도 상해죄나 아동학대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합의만 믿고 있던 A씨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A씨의 바람과 달리, 이 사건은 단순 폭행을 넘어 상해죄와 아동학대죄라는 무거운 법적 잣대가 들이밀어질 수 있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폭행죄 vs 상해죄… '합의서' 한 장의 다른 운명
변호사들은 A씨의 사건이 단순 '폭행죄'로 끝날지, '상해죄'로 넘어갈지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고 입을 모은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윤관열 변호사는 "우선, 폭행죄(형법 제260조)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반의사불벌죄) 공소가 제기되지 않으므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여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해죄는 다르다. 그는 "그러나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해죄(형법 제257조)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므로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공소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오주하 변호사는 "상해죄의 경우 아직 진단서 제출 전이라면 합의를 통해 피해자가 진단서 제출을 하지 않도록 하고, 이 경우 상해죄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받을 여지도 있는 바, 수사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라며 신속하고 전략적인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피해자의 상해 여부와 진단서 제출이 사건의 방향을 가를 첫 번째 분수령인 셈이다.
미성년자 상대 범죄,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족쇄
이 사건의 또 다른 뇌관은 피해자가 '고등학생', 즉 미성년자라는 점이다. 조기현 아동학대 전문 변호사는 "상대방이 성인이 아닌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 혐의가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행위는 상해죄와 마찬가지로 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이 가능하다. 자칫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 변호사는 합의의 결정적 역할을 강조하며 "합의할 경우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더라도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이나 아동보호사건 송치 처분으로 형사절차를 종결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소유예처분이나 보호처분을 받을 경우 전과가 남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합의가 처벌을 완전히 막지는 못해도,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는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합의는 '필수', 목표는 '기소유예'… 전문가들의 최종 조언
결론적으로 변호사 14인 모두 '피해자와의 원만한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의 경고처럼 상해죄나 아동학대죄가 적용되면 합의만으로 처벌을 100%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합의는 검찰 단계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전과 기록 없이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김경태 변호사는 "비록 이러한 범죄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있더라도 수사와 기소가 가능하나, 실무상 피해 정도가 경미하고 진정한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기소유예나 선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실무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광희 변호사 역시 "합의하고 피해자 측이 처벌불원서를 작성해준다면 기소유예를 노려볼 수 있겠네요"라고 같은 의견을 냈다.
결국 A씨가 전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사죄를 바탕으로 한 신속한 합의는 물론, 재발 방지 노력 등을 통해 수사기관과 법원에 선처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