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쓰고 뛰어내리려 했다"…6800만원 뜯기고 '보이스피싱 공범' 된 20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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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쓰고 뛰어내리려 했다"…6800만원 뜯기고 '보이스피싱 공범' 된 20대의 절규

2025. 09. 16 16:02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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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칭 조직에 전 재산 잃고 수거책 내몰려…전문가들 "피해자 입증이 관건, 무혐의 가능성도"

20대 청년인 A씨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6800만 원을 날린 뒤, 그들의 협박에 못 이겨 범죄에 가담했다. /셔터스톡

"시키는 대로 돈만 옮겼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어쩌다 사기 공범 됐나


"조직에 속는 동안 가족에게 거액의 빚이 생길 거라는 협박에 너무 두려워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었습니다. 부모님이 뛰어내리기 전에 절 잡아서 지금 살아있습니다."


한 통의 전화가 20대 청년 A씨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전 재산 6800만 원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자신을 나락으로 빠뜨린 그 조직의 '공범'으로 몰려 법의 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검사입니다’ 한마디에…순식간에 증발한 6800만원


모든 비극은 '검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A씨는 자신을 검사라고 소개한 조직원의 말에 속아 자신의 전 재산과도 같았던 6800여만 원을 고스란히 넘겼다.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전형적인 수법이었지만, 교묘한 말과 위압적인 분위기에 A씨는 의심할 틈도 없이 무너졌다. 통장 잔고가 '0'이 되는 순간, A씨는 자신이 보이스피싱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진짜 악몽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돈을 모두 잃은 A씨에게 조직은 새로운 역할을 강요했다. 다른 피해자의 돈을 받아 전달하는 '현금 수거책'이었다. 거부하려 했지만, "네 신상정보는 물론 가족 연락처까지 다 알고 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가족에게 수억 원의 빚을 뒤집어씌우겠다"는 협박에 A씨는 저항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A씨의 휴대전화는 24시간 조직의 감시 아래 놓였다.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조직의 지시를 따르는 데 집중됐다.


조직은 이동 비용과 식비로 하루 수만 원을 쓰도록 허락했지만, A씨는 그 돈마저 죄책감에 제대로 쓰지 못했다. "남의 피눈물 같은 돈이라고 생각해 이틀 동안 빵 하나로 버틴 적도 많다"고 그는 토로했다.


범죄에 가담한다는 죄책감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사이에서 그의 영혼은 나날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는 유서를 쓰고 아파트 옥상에 올랐다.


기차역 보관함에 525만원 넣던 그 순간…아들을 붙잡은 부모


경찰서에 가게 된 그날, 조직은 "공탁금이 필요하다"며 A씨와 부모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기차역 보관함에 넣으라고 지시했다. A씨는 이전에 이동 비용으로 빼두었던 돈까지 모두 합친 525만 원을 보관함에 넣었다.


그 순간, A씨의 이상 행동을 감지한 부모님이 그를 붙잡아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과의 상담을 통해 A씨는 비로소 자신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하수인 역할을 해왔다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했다. 자신은 단 한 푼의 이득도 취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건의 사기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가 되어 있었다.


‘협박에 의한 가담’ vs ‘미필적 고의’…엇갈리는 법조계 시선


현재 A씨는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사기방조 혐의)라는 모순된 위치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는 그의 운명을 가를 핵심 쟁점으로 '강요된 행위'의 인정 여부를 꼽는다.


우리 형법 제12조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A씨의 행위가 이 조항에 해당될 만큼 극심한 강압 아래 이뤄졌음을 입증하는 것이 무죄 주장의 핵심이다.


조치홍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범죄에 연루된 경우, 자신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 지배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고의성이 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전수 변호사 역시 "유서, 조직과의 대화 기록, 심리적 고통을 증명할 정신과 진단서 등이 '저항 불가능한 협박'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갈수록 엄격해지는 추세다. 서아람 변호사는 "최근 법원은 수거책 역할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가담했다면 '미필적 고의(범죄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용인한 심리 상태)'가 있었다고 폭넓게 인정한다"며 "단순히 협박받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무죄를 받기 어렵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무혐의부터 실형까지…A씨의 운명은?


A씨의 최종 처분은 어떻게 될까. 변호사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박성현 변호사는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유사 사건에서 무혐의나 기소유예(검사가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를 받은 성공 사례가 있다"며 희망적인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A씨처럼 금전적 이득이 전혀 없고, 명백한 협박 정황이 있으며, 스스로 피해자임을 신고한 경우 선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김준성 변호사는 "혐의가 인정되면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많다"고 경고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보고 수거책 역할만 했더라도 중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권민정 변호사의 말처럼 "수거책 역할을 총 몇 회 했는지, 얼마를 전달했는지" 등 구체적인 가담 정도가 집행유예 여부를 가를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순간의 전화로 전 재산을 잃고 범죄자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A씨. 법의 저울이 그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을지,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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