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물 '좋아요' 눌렀는데…'단순 시청'과 '유포 방조' 사이, 변호사 17인의 답
아청물 '좋아요' 눌렀는데…'단순 시청'과 '유포 방조' 사이, 변호사 17인의 답
온라인 커뮤니티 불법 게시물 '추천' 행위, 처벌 가능성 두고 법조계 의견 팽팽. '사건화 가능성 희박' 다수 속 '수사 의지에 달렸다'는 반론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의 처벌 여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린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아청물 '좋아요' 눌렀다가 징역?…클릭 한 번에 범죄자 될까, 변호사 17인 갑론을박
"실수로 '추천'을 눌렀습니다. 저, 잡혀가나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 의심 게시물을 보고 '추천' 버튼을 눌렀다는 한 누리꾼의 질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이용자가 "악질적인 게시물을 보고 실수로 추천을 눌렀는데 경찰에 잡혀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추천'은 '좋아요'와 유사한 기능으로, 일정 수를 넘으면 게시물이 별도 공간에 노출돼 더 많은 이들에게 확산될 수 있다. 클릭 한 번이 자신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공포가 그를 덮쳤다.
클릭 한 번에 '징역 1년', N번방이 만든 '시청죄'의 공포
변호사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2020년 'n번방 사건' 이후 대폭 강화된 법이 있다.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알면서 소지·시청한 자"를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과거 소지·배포 등만 처벌하던 것에서 나아가 '시청' 행위 자체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불법 촬영물을 시청한 경우 역시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처벌 사례 없다"는 다수 의견... 경찰 출신 변호사들은 "NO"
이 질문에 답한 변호사 17명 중 다수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광희 변호사(로티피 법률사무소)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영상을 시청하고 좋아요를 눌렀다고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며 "추천은 유포에 해당하지도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단언했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 역시 "사건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쓸데없이 겁을 주거나 터무니없는 훈계를 하는 변호사를 믿지 말라"고 강하게 안심시켰다. 수사기관이 통상 제작자나 핵심 유포자를 잡는 데 집중할 뿐, 단순 시청자나 '좋아요'를 누른 사람까지 수사력을 동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가능성'을 경고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시각은 달랐다.
경찰대학 출신 김진배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추천까지 눌렀다면 '우연히' 시청했다는 변명을 하기 힘들어지고, 수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입건될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시청을 넘어선 '적극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도 "해당 사이트가 문제가 되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다면, 좋아요 추천 아이디를 추적해 피의자로 특정할 수 있다"며 처벌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유포의 고의'와 '수사관의 의지'에 달렸다
법적 책임의 핵심은 결국 '고의성'과 '수사 의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추천' 행위가 더 많은 사람에게 해당 게시물을 보게 하려는 '유포의 고의'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다수 의견이다.
하지만 김진배 변호사의 지적처럼, 이는 수사기관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는 "이론적으로 유포 방조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을 수 있으나, 단순 추천 클릭만으로 적극적 유포 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렸지만 경고는 한목소리였다. "호기심이든 실수든, 불법의 강을 건너는 순간 돌아올 다리는 없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의 공포 섞인 질문은, 이제 우리 모두가 디지털 지뢰밭 위를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