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밤 10시인데…“자정 넘어서 났다”고 거짓말해달라는 회사, 왜?
사고는 밤 10시인데…“자정 넘어서 났다”고 거짓말해달라는 회사, 왜?
“다들 그렇게 해준다”며 보험사기 유도…알고 보니 운전자 보험 한도 120만원뿐

후진하던 트럭에 다친 피해자에게 가해 회사 측이 보험 한도를 피하기 위해, 사고 시각을 거짓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 AI 생성 이미지
후진하던 트럭에 부딪혀 발목을 다친 A씨. 가해 운전자가 소속된 회사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실제 사고 시각은 밤 10시경이었지만, 보험사에 “자정이 넘어 사고가 났다”고 거짓말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A씨는 사고 전부터 발목 인대가 약 70% 파열된 상태로 치료 중이었는데, 이번 사고로 증상이 악화돼 제대로 걷기 힘든 상황이었다. 처음 현금 합의를 시도하던 회사는 A씨가 이를 거절하자 태도를 바꿨다.
알고 보니 운전자의 보험 보장 한도는 120만 원에 불과했다. 회사는 부족한 보상 한도를 피하기 위해 A씨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고 제대로 보상받을 방법은 없을까?
“다들 그렇게 해준다”…뻔뻔한 회사의 ‘보험사기’ 제안
A씨는 지난 7월 21일 밤 10시경 보행 중 후진하던 트럭에 부딪혔다. 사고 후 가해 운전자가 속한 회사 책임자는 보험 처리 대신 현금 합의를 제안했다. 회사는 50만 원을 제시했고, A씨는 치료비 등을 고려해 200만 원을 요구했다.
회사는 200만 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두 번에 나눠서 지급하겠다고 조건을 달았다. A씨는 치료비가 얼마나 나올지 모르고, 분할 지급 약속도 믿기 어려워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회사 측은 보험 접수를 하겠다면서 “사고 시각을 7월 21일 오후 10시가 아니라 7월 22일 0시 이후로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유를 묻자 “약관이 바뀌어서 다음 날로 해야 한다”고만 했다.
알고 보니 운전자의 보험은 연령 특약 등의 문제로 보장 한도가 120만 원에 불과했다. A씨가 이 사실을 따지자 회사 책임자는 “그러게 12시 넘어서로 해 달라고 했잖아요”라며 “다들 그렇게 해주시던데요”라고 답했다.
허위 진술 요구, 들어줬다간 ‘공범’ 될 수 있어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 측의 요구를 들어줬다간 A씨 역시 보험사기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허위 진술 요구를 거부한 것은 매우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유환선 변호사는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내용을 속여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사고 시각을 바꿔 달라는 요구는 절대 응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책임자가 ‘다들 그렇게 해주시던데요’라고 발언한 점은 상습적인 보험사기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통화 내용이 녹음되어 있다면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적으로 보험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회사의 허위 진술 요구는 명백한 보험사기 교사”라며 “경찰 수사 과정에서 ‘12시 넘어서로 해달라’는 취지의 대화 녹취록 등을 핵심 증거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 한도 120만원이 전부?…초과 손해는 회사에 직접 청구해야
보험 한도가 12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해서 보상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 한도는 운전자가 가입한 임의보험(대인배상Ⅱ 등)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의무보험인 책임보험(대인배상Ⅰ)은 연령 특약과 무관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
만약 전체 손해액이 보험 한도를 초과한다면, 그 차액은 운전자 개인과 소속 회사에 직접 청구해야 한다.
법무법인 게이트 허훈무 변호사는 “한도를 초과하는 치료비와 위자료 등은 운전자 개인 및 차주(소속 회사)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때 A씨처럼 사고 전부터 부상이 있던 ‘기왕증’ 환자는 보상 범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는 “기존에 인대 파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고로 증상이 악화되면, 그 부분은 별도로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상대가 기존 질환을 이유로 책임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있어, 치료기록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대청 이승현 변호사는 “치료가 완전히 종결되고 손해 전체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추가 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된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