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사실, 단톡방에 폭로한 친구…'너도 즐겼잖아' 조롱까지, 처벌될까?
성추행 피해 사실, 단톡방에 폭로한 친구…'너도 즐겼잖아' 조롱까지, 처벌될까?
여행비 50만원대 정산 다툼이 2차 가해로…변호사들 “3인 단톡방도 명예훼손 가능성 충분”

여행 중 성추행 피해를 당한 A씨가 친구 B씨로부터 2차 가해를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여행 중 성추행 피해를 본 A씨. 그런데 함께 여행을 갔던 친구 B씨가 3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단톡방)에서 A씨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며 조롱까지 했다.
사건의 발단은 여행비 정산 문제였다. 실랑이를 벌이던 B씨는 갑자기 성추행 사건을 꺼내 들며, "A가 피해 상황을 일부러 유도하고 즐겼다”는 등 10장 분량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단톡방에는 A씨와 B씨 외에, 사건 당시 현장에 없어 자세한 내용을 모르던 친구 C씨도 있었다. A씨는 B씨를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여행비 다툼이 ‘성추행 2차 가해’로…“피해 즐겼다” 폭언
A씨는 친구 2명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헌팅으로 만난 남성 무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 일로 A씨는 경찰에 피해자 조사를 받게 됐고, 여행은 중단됐다.
여행 경비 정산을 맡았던 A씨는 자신을 포함한 3명의 단톡방에 “불미스러운 일로 미안하다”고 사과한 뒤, 1인당 50만 원대의 정산 비용을 요구했다.
그러자 당시 A씨와 함께 끝까지 술자리에 있었던 친구 B씨가 “여행이 중단됐으니 숙소비 등을 정산 못 해 주겠다”며 따지기 시작했다. A씨가 입금 내역을 모두 보여주며 “정산하지 않으면 사기죄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맞서자, B씨의 태도는 돌변했다.
B씨는 단톡방에 A씨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피해 상황을 일부러 유도하고 즐겼다”, “허위 신고라도 한 것 아니냐”며 A씨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장문의 글을 10장 가까이 올렸다.
A씨가 “단톡방인 걸 인지하라”고 경고했지만 B씨의 폭언은 멈추지 않았다.
변호사들 “3인 단톡방도 전파 가능성 있으면 공연성 인정”
결론부터 말하면, B씨의 행위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변호사들은 3명만 있는 단톡방이라도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퍼질 가능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3인 단톡방이라도 피해자 외에 사건을 모르는 제3자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공연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법원은 단 한 사람에게 사실을 알렸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한다.
변호사들은 단톡방에 있던 C씨가 사건 내용을 자세히 몰랐고 세 사람이 모두 같은 학교 사람이란 점에서 B씨의 말이 다른 이들에게 퍼져 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상대방은 정당한 항의라고 주장하겠으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목적으로 피해 사실을 악의적으로 묘사한 행위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폭로부터 허위 비방까지…죄명과 처벌 수위는?
B씨의 발언 내용은 크게 사실을 드러내는 부분과 허위 사실을 주장하는 부분, 그리고 모욕적인 표현으로 나뉜다.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
혜검 법률사무소 김혜주 변호사는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피해를 유도하고 즐겼다는 부분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조롱·비난한 부분은 모욕으로 구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B씨가 A씨를 조롱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꾸며냈다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돼 더 무겁게 처벌될 수 있다.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온라인 대화방에서의 발언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구성될 여지가 있어, 법정형이 더 무겁다”고 짚었다.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2차 가해, 물러설 이유 없다”…고소 시점과 방법은?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조언했다.
조상우 변호사는 “B씨는 성추행 사건의 사실상 유일한 목격자”라며 “B씨의 단톡방 발언은 이후 B씨가 가해자 측에 유리한 진술을 할 경우, 그 진술이 정산 다툼 중의 감정적 대립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 황윤경 변호사는 “단톡방임을 분명히 지적하며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계속 비난을 이어간 정황은,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라며 “대화 내용을 일부만 발췌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순으로 원본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A씨가 정산 과정에서 사기죄 등을 언급한 부분도 표현 방식에 따라 함께 검토될 수 있으므로 전체 대화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