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엔 못 팔아" 계약서 도장까지 찍고서, 집값 올랐다고 계약 취소하는 집주인 대처법
"이 가격엔 못 팔아" 계약서 도장까지 찍고서, 집값 올랐다고 계약 취소하는 집주인 대처법
급등세로 돌아선 부동산 시장⋯"계약파기" 요구하거나, "매매 금액 올려달라" 요구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이 가격엔 못 팔겠다"는 집주인과, "그대로 계약을 이행하라"는 구매자 사이의 분쟁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최근 들어 급등세로 돌아선 수도권과 세종시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에 며칠 지났을 뿐인데 집값이 수천만원이 뛴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집을 팔기로 한 매도인(집을 팔려고 한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낮은 가격에 계약했다"고 후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몇몇 집주인들은 노골적으로 "집값이 올랐으니 계약한 가격에는 집을 못 팔겠다"고 나오고 있다.
이런 경우에 처한 매수자(집을 사려고 한 사람)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일단 부동산 매매 계약은 '특정 시점'까지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계약금의 2배를 물어주는 손해를 감수하기만 하면 된다. 해약금에 의한 해제다.
하지만 '특정 시점'을 넘어가면, 2배를 물어주겠다고 해도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한 이후에는 해약금을 물더라도 해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계약에 있어 '중도금 입금'이 대표적인 이행의 착수다. 쉽게 말해 중도금을 넣으면 계약을 파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중도금을 넣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은 상황"도 인정해준다. 대법원이 중도금을 넣지 않았지만, 넣을 준비를 끝마친 상태라면 중도금을 넣은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본 판례가 있다.
매매 계약을 가장 확실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집주인(매도인) 계좌에 입금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계약서를 쓸 때 중도금 입금 시기는 넉넉하게 잡는다. 이런 경우 중도금을 그 날짜보다 빨리 넣는 것도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다감 문창현 변호사는 "중도금 기한이 정해진 경우 이는 매수인(구매자)의 기한 이익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기한 이익을 포기하고 지급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한 이익'이란 법률행위에 기한이 붙어 당사자가 얻는 이익을 말한다. 당장 돈을 지급해야 하는 계약보다 1년 뒤에 돈을 지급할 수 있는 계약이 당사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그 돈을 은행에 넣는다면 받을 수 있는 이자 만큼은 '당사자의 이익'이 된다.
그렇다면 중도금을 미리 넣어서 계약을 파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구매자의 행동을 집주인이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계약서에 '미리 입금하지 말라'는 특약사항을 넣으면 이런 행위를 방어할 수 있다. 보통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중도금 지급날짜를 정해 놓으면서 "중도금을 지급기일 이전에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넣는 식이다.
이런 조항이 있으면 매수자는 중도금을 넣는다고 해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는 '매매 계약 파기'를 둘러싼 갈등이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에 있었던 사건이다.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계약한 뒤 시세가 치솟자 매도인(집주인)이 구두로 매매 대금을 올려달라 요구했다. 매수인(구매자)은 이에 응하지 않고, 지급 기일 전인데도 중도금을 앞당겨 지급해버렸다. 이에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내며 계약 해제를 주장했다.
아파트매매 계약을 한 뒤 시세가 급등하자 매도인(집주인)과 매수인(구매자) 사이 벌어진 다툼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어땠을까(2004다11599).
2006년 당시 대법원은 이에 대해 "시가 상승만으로 매매 계약의 기초적 사실관계가 변경되었다고 볼 수 없어 매도인(집주인)의 계약 내용 변경 요청이 인정되기 어렵고, 중도금을 이행기 전에 지급해서는 안 될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므로, 매도인(집주인)은 매매 계약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중도금까지 낸 경우라면 시세가 올랐다는 이유로 매매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값을 올려달라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