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은 피해자, 나는 아니다?…전세사기 인정, 복불복 된 기막힌 사연
앞집은 피해자, 나는 아니다?…전세사기 인정, 복불복 된 기막힌 사연
동일 건물·임대인·보증금에도 '피해자' 인정 엇갈려…'형평성 위배' 법조계 지적 잇따라

같은 건물, 같은 집주인에게 전세사기를 당했으나 한 세입자는 피해자로 인정되고 다른 세입자는 거부당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왜 앞집과 나는 달랐나
“같은 건물, 같은 집주인인데 앞집은 전세사기 피해자, 저는 아니랍니다.”
다가구 주택 세입자 A씨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센터로부터 받은 부결 통보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달 차이로 계약한 앞집은 피해자로 인정됐지만, A씨는 ‘임대인의 기망 의도’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이다.
A씨는 최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센터에 피해자 등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센터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피해자법)이 정한 4번째 요건, 즉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할 의도가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부족하다며 부결 결정을 내렸다.
A씨를 더욱 혼란에 빠뜨린 것은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의 소식이었다. A씨와 같은 건물, 같은 임대인과 계약했고 보증금 액수마저 동일한 앞집 세입자는 버젓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계약 시점은 불과 한 달 차이였다. 앞집 세입자는 “기망 행위와 관련해 특별한 자료를 내거나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다.
같은 집주인, 다른 운명…'고무줄 잣대' 논란
결국 A씨의 사례는 동일한 임대인의 사기 행각에 대해 심사 기관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셈이다. 집주인 한 명의 ‘보증금 반환 의사’를 두고, 한 세입자에 대해서는 ‘반환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하고 다른 세입자에게는 ‘의심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절차가 얼마나 불투명하고 비일관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A씨는 “집주인은 같은 사람인데, 한 명은 속이려 했다는 게 인정되고 다른 한 명은 아니라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이의제기를 통해 이 부당한 결정을 바로잡고 싶다”고 호소했다. A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법조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법조계 “명백한 형평성 위배…핵심은 ‘동일성’ 증명”
변호사들은 이번 결정이 명백히 형평성을 해치는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반향의 유선종 변호사는 “A씨와 앞집 세입자가 동일한 임대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했음을 강조해야 한다”며 “앞집 세입자가 별도 자료 없이 인정되었다면, 동일한 기준이 A씨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동일 건물 내 다른 세입자의 피해자 등록 승인은 임대인의 사기 의도가 이미 행정적으로 인정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즉, 피해자 인정 요건 중 ‘임대인의 기망 의도’는 임대인의 객관적인 재산 상태나 행위 패턴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세입자마다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요소가 아니라는 의미다. 따라서 동일한 임대인이라면 모든 세입자에게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반 소지…‘앞집 결정문’이 최강의 무기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고 분석한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며,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한다.
A씨와 앞집 세입자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이들을 다르게 대우한 것은 평등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의신청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앞집 세입자의 피해자 결정문’이 될 전망이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같은 건물 내 거주하는 임차인 사례를 적극 어필하여 다시 심사받아 보라”고 강조했다. 앞집의 결정문을 증거로 제출해, 위원회가 이미 해당 임대인의 기망 의도를 인정한 ‘선례’가 있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피해자법의 목적은 사기로 고통받는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돕는 데 있다. 동일한 피해를 겪고도 누구는 구제받고 누구는 외면당하는 ‘복불복’ 행정이 계속된다면, 법의 존재 이유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