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시비, 팔만 스쳐도 '폭행범' 되나?
도로 위 시비, 팔만 스쳐도 '폭행범' 되나?
차선 시비 후 대화하려 팔 잡았을 뿐인데 폭행범으로 몰린 운전자
법원의 판단은 어떻게 나올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8차선 대로 위, 사소한 차선 변경 시비가 억울한 '폭행범' 낙인으로 이어졌다.
운전자 A씨는 경적을 울리며 험악하게 항의하던 상대 운전자에게 사과를 받고자 뒤따라갔다. 상대방이 한 학교로 들어가자 A씨도 따라 들어갔고, 차에서 내린 상대방과 언쟁이 시작됐다.
상대가 다시 차에 타려 하자, A씨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그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바로 그 순간, 상대방은 "폭행이다!"라고 소리치며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이야기 좀 합시다’ 팔 잡았는데 이것도 폭행죄 성립?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이야기 좀 하자"며 팔을 잡은 행위가 정말 폭행죄가 되는지다.
법무법인 동인의 이철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라며 "반드시 신체에 접촉하지 않고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는 행위도 폭행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리적으로는 A씨의 행위가 폭행죄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행위의 '불법성'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폭행죄는 성립할 수 있으나, 경미한 접촉에 불과하고 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공소권 없음 또는 기소유예(죄는 인정되나 검사가 정상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 처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해를 가할 의도, 즉 '폭행의 고의'가 없었고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준의 행위였음을 증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CCTV엔 없는 ‘발길질’ 주장, 거짓말 탐지기 된 영상 증거
이번 사건에서 A씨에게 가장 유리한 무기는 '증거'다. 상대방은 A씨가 자신을 "발로 차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A씨가 확보한 영상에는 그런 장면이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이는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결정적 카드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확보된 영상 자료를 통해 상대방 주장의 일부가 허위임을 적극 입증해야 한다"며 "이는 상대방 진술 전체의 신뢰도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환진 변호사 역시 "유사 사건에서 영상 분석과 일관된 진술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며 증거에 기반한 논리적 반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찰 조사 단계부터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과 '대화를 위한 가벼운 접촉이었다'는 점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무죄 다툼이냐, 빠른 합의냐 변호사들의 현실적 조언은
치열한 법리 다툼과는 별개로, 전문가들은 가장 확실하고 빠른 해결책으로 '합의'를 꼽는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다소 억울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무혐의를 다툴 여지가 충분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정신적 고통을 감안하면 신속한 합의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도로 위 찰나의 감정싸움이 남긴 '폭행범'이라는 억울한 멍에 앞에서, A씨는 법리와 현실 사이 힘겨운 선택의 기로에 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