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받았는데 1년 뒤 '부정수급자' 날벼락…'유령 사직서'의 진실은?
실업급여 받았는데 1년 뒤 '부정수급자' 날벼락…'유령 사직서'의 진실은?
경영악화로 권고사직 처리 후 실업급여 수령했으나, 15개월 만에 회사가 '자진퇴사'로 말 바꿔 고용센터 조사 착수. 당사자는 "사직서 쓴 적 없다"며 위조 의혹 제기.

경영 악화로 권고사직 당한 직장인이 회사가 퇴사 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변경하고 가짜 사직서를 제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로 몰렸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나는 쓴 적 없는 사직서, 왜 15개월 만에 나를 범죄자로 만드나
1년 가까이 일한 회사에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 A씨. 그는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으며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퇴사 후 1년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그는 고용센터로부터 '실업급여 부정수급' 혐의로 조사에 출석하라는 충격적인 연락을 받았다. 회사가 퇴사 사유를 '권고사직'에서 '개인 사정'으로 돌연 변경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걸려온 전화… "당신은 부정수급자입니다"
A씨는 2023년 5월부터 약 1년간 R회사에서 근무했다. 퇴사를 불과 2주 앞두고 있었던 2024년 4월, 회사는 "데이터팀을 없애고 커머스에 집중하겠다"며 그에게 퇴사를 권고했다. 이미 동료 3명이 같은 이유로 회사를 떠난 뒤였다. A씨는 별다른 위로금도 받지 못한 채 당일 인수인계를 마치고 회사를 나와야 했다.
이후 A씨는 고용보험법에 따라 실업급여를 신청해 6개월간 수령했다. 모든 것이 합법적인 절차라고 믿었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퇴사 후 15개월이 훌쩍 지난 시점, 고용센터 실업급여 부정수급 조사팀이 A씨를 소환한 것이다. 회사가 A씨의 퇴직 사유를 일방적으로 변경 신고한 것이 화근이었다.
나는 쓴 적 없는 '온라인 사직서'…누가, 왜?
조사실에 출석한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조사관은 A씨가 직접 작성해 제출했다는 '온라인 사직서'를 증거로 내밀었다.
A씨는 "사직서를 직접 작성한 적도, 안내받은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사직서에 있는 서명 필체도 내 것이 아닌, 컴퓨터로 생성한 글자 같다"며 문서 위조 가능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A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퇴직금 수령이 가능한 1년 근속을 불과 2주 남겨두고 자진해서 퇴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는 권고사직의 증거를 찾기 위해 당시 함께 해고됐던 동료들의 연락처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1년이 훌쩍 지난 탓에 녹음 파일 등 직접적인 증거는 없는 막막한 상황이다.
"실형도 가능한 국가 상대 사기죄"…변호사들 '적극 대응' 한목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경고한다. 법무법인 대환의 김상훈 변호사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국가에 대한 사기죄로, 제대로 소명되지 않으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는 엄중한 범죄"라며 "조사관은 단순 행정 공무원이 아닌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이라 형사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들은 한목소리로 '적극적인 증거 확보'를 주문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사직서 위조 가능성을 적극 제기하고, 함께 권고사직 당한 동료들의 진술서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엘엔에스(L&S)의 김의지 변호사 역시 "회사가 제시한 온라인 사직서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생성 시점과 서명의 진정성 검증이 가능하다"며 "퇴직금 수령 직전 자발적 퇴사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증 책임은 수사기관에…'권고사직 정황'이 열쇠
원칙적으로 부정수급 혐의에 대한 입증 책임은 고용센터, 즉 수사기관에 있다. 하지만 서아람 변호사의 지적처럼 "일단 (위조되었을지라도) 계약서가 존재하기에 그에 대한 반증을 피의자 측에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A씨는 회사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정황 증거'를 최대한 모아야 한다. ▲회사의 경영 악화 및 구조조정 상황 ▲비슷한 시기 해고된 동료들의 일관된 진술 ▲퇴직금 수령 직전이라는 퇴사 시점의 불합리성 ▲15개월이나 지나 퇴사 사유를 변경한 회사의 비상식적 행동 등이 모두 A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