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없다'는 계약서 믿고 샀는데…중도금 앞두고 발견된 물 자국, 계약 해제될까?
'누수 없다'는 계약서 믿고 샀는데…중도금 앞두고 발견된 물 자국, 계약 해제될까?
8년차 아파트 매매, 계약서엔 '누수 없음' 명시…입주 전 발견한 하자에 계약금 환급 요구 가능할까

'누수 없음'으로 계약한 아파트에서 누수를 발견했더라도, 계약 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중대한 하자'가 아니면 계약 해제는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28년 된 구축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하고 계약금까지 보낸 A씨. 계약 당시 부동산을 통해 '오래된 집이라 결로 현상은 있지만 누수는 없다'는 말을 들었고, 계약서에도 '누수 없음' 항목에 분명히 체크했다.
하지만 중도금 납입을 앞두고 인테리어를 위해 다시 찾은 집에서 A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누수 자국이 있었고, 다음 날 가보니 그 부분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받고 싶다. 한 번 누수가 있었던 집은 나중에 되팔 때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과연 A씨는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누수 없음' 체크했는데…계약의 중대 변수가 된 물 자국
A씨는 지난 11월 28년 된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송금했다. 노후 아파트의 특성상 베란다 결로 현상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누수는 없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서의 '누수 없음' 항목을 확인했다.
문제는 중도금 지급을 앞두고 터졌다. 비어 있는 집에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치수를 재러 갔다가 누수 흔적을 발견했고, 다음 날엔 그 부분이 젖어 있는 것까지 확인한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싱크대 배관 문제일 것 같다고 추정할 뿐이었다.
A씨는 중도금과 잔금 일정을 미루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지, 또 계약을 유지한다면 향후 집을 되팔 때 문제가 될까 봐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계약 해제, '목적 달성 불가능한 중대하자' 여부가 관건
결론부터 말하면, 누수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돌려받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적으로는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하자'일 경우에만 계약 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IBS법률사무소 김정한 변호사는 "하자가 존재하더라도 그 하자로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며 "싱크대 배관 등의 누수 문제는 아파트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 어려워, 누수 보수에 소요되는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 역시 "누수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을 돌려받기는 어렵다"며 "누수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하자'로 인정되어야만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짚었다.
다만 계약서에 '누수 없음'이라고 명시된 점은 A씨에게 유리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신언 법률사무소 박영재 변호사는 "누수 문제는 중대하자로 볼 수 있으며, 계약서에서 '누수 없음'으로 명시된 경우 계약 파기 및 계약금 환급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음을 주장하는 '착오 취소'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증거 확보'와 '서면 통지'
변호사들은 현 상황에서 A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증거를 확보하고 매도인에게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방적으로 중도금 지급을 거절하면 오히려 A씨가 채무불이행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석 변호사는 "누수 현장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두고, 관리사무소에 문의한 내역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박영재 변호사도 "관리실에 문의한 후 서면으로 누수 이력 확인을 받고, 수리 내역을 받아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매도인에게 하자 사실을 알리고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김정한 변호사는 "매도인 및 중개인에게 누수 하자의 존재를 고지하고, 잔금 지급 전까지 하자보수를 요구해야 한다"며 "만약 매도인이 보수에 응하지 않는다면 하자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반향 유선종 변호사는 "우선 중도금 지급 전까지 하자 보수를 요구하고, 합의를 통해 중도금과 잔금 지급 날짜를 조정할 수 있겠다"고 현실적인 협상 방안을 제시했다.
안고 간다면?…나중에 되팔 때 '고지의무' 발생
만약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집을 인수한다면, A씨의 우려대로 향후 매도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누수 이력을 알게 된 A씨에게 새로운 '고지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영재 변호사는 "누수 이력이 있는 아파트를 향후 매도할 경우, 누수 이력이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문제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수리 내역서와 함께 명확히 기록해두고, 향후 매도 시 이를 정확히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매도인은 신의성실 원칙상 매수인이 알았더라면 계약하지 않았을 중요한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A씨가 향후 매도 시 누수 이력을 숨긴다면, 기망을 이유로 계약이 취소되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