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데 시끄러우니 12시까지만 장사해라" 건물주의 요구, 법으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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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데 시끄러우니 12시까지만 장사해라" 건물주의 요구, 법으로 보면

2022. 09. 08 17:18 작성2022. 09. 08 17:19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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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주택 임대해 영업⋯거주중인 건물주 "12시까지만 영업해라"

변호사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영업시간 제한 걸 권한 없어"

A씨는 최근 건물주 B씨에게 영업시간을 조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자는 데 시끄럽다"는 이유였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자정(밤 12시)까지만 장사하세요."


최근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건물주 B씨에게 영업시간을 조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코로나 거리두기 제한도 풀렸고, 영업 특성상 12시를 전후로 해 매출이 가장 많이 몰린다. 그런데 한창 영업을 하고 있을 때인 밤 12시에 문을 닫으라니, 당황스럽기만 하다.


건물주 B씨는 A씨가 임차한 건물에 살고 있는데, A씨 가게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의 사연.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이 같은 영업시간 제한을 해도 되는 걸까. 실제로 건물주에게 이런 요구를 받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12시까지만 영업해" 헌법상 '영업의 자유' 침해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건물주가 세입자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없다고 했다.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의 자유 안에는 영업의 자유가 포함된다"며 "건물주의 영업시간 제한은 이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권동영 변호사는 "건물주는 세입자가 영업 목적으로 임차한다는 점을 알고 임대했을 것"이라며 "계약상 시간제한 등의 약정도 없다면 세입자의 영업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임대차계약을 맺을 당시 서로 합의하여 영업시간을 정해 놓았다면 이를 지켜야 할 수 있다. 개인 간의 법률관계는 개인 각자에게 맡긴다는 민법상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서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건물주의 요구는 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무법인 새로의 엄진 변호사 역시 "건물주가 세입자 영업에 개입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엄 변호사는 "A씨와 임대차계약을 했을 당시부터 소음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음 문제가 걱정됐다면, 계약 당시 해당 문제에 대해 A씨와 짚고 넘어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왼쪽부터) '법무법인 세창'의 추선희 변호사,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권동영 변호사, '법무법인 새로'의 엄진 변호사. /로톡·로톡뉴스DB


요구 안 들어뒀다는 이유로 계약 연장 거절? 법으로 임대차 기간 10년 보장

변호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부당한 요구로 보이긴 하지만 A씨가 이를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건 B씨가 건물주이기 때문이다. B씨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입을 것을 걱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B씨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여 지금 자리에서 음식점 운영을 못 하는 상황 등이다.


하지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임차인(세입자)은 최대 10년까지 임대차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임대인(건물주)은 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임차인의 계약 갱신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도 규정한다(제10조).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임차인이 3기(3개월)에 해당하는 차임액을 연체하거나, 임차한 건물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하는 등의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 '건물주가 제시한 영업시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는 법에서 규정한 거절 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A씨를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발생하는 소음이 '수인한도' 넘지 않는지 확인해보라는 조언도

한편, 건물주와 갈등이 발생하면 세입자에게 이로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소음을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 변호사도 있다. A씨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영업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추선희 변호사는 "소음이 통상적인 수인한도(피해를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수준인지 측정해보라"고 조언했다. 환경부 산하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사업장 등에 적용되는 수인한도는 야간 주거지역 등에서는 45dB, 그리고 그 밖의 지역에서는 55dB다.


권동영 변호사 역시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소음은 손해배상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영업 시 소음을 측정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가벼운 소음이라면 지금처럼 영업을 계속하면 된다고도 변호사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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