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싶어 10분 만에 지웠는데…단톡방 명예훼손, 삭제가 소용없는 이유
아차! 싶어 10분 만에 지웠는데…단톡방 명예훼손, 삭제가 소용없는 이유
전파 가능성이라는 무서운 덫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노동조합 간부 A씨는 갑질 관리자의 부당한 복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조합원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분노가 키보드를 타고 흘렀을까.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사실처럼 담았다.
게시 직후, "아차, 이건 너무 나갔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러나 삭제 버튼을 누르기엔 이미 늦었다. 10분 만에 다급히 철회를 공지했지만, 캡처된 성명서는 관리자에게 전달됐고 A씨는 결국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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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일로 할 수 없나?
A씨의 가장 큰 궁금증은 '신속한 철회가 책임을 없애줄 수 있는가'다. 변호사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범죄 성립 자체를 막을 순 없지만 처벌 수위를 낮추는 데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명예훼손은 문제 글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전파된 순간 '기수(범죄가 완전히 성립함)'에 이르기 때문이다. 단체 채팅방에 글이 올라간 이상, 누가 읽었는지와 무관하게 전파 가능성이 열려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는 "단체톡방이라도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허위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적시했다면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며 "10분 내 삭제 시도와 철회 공지가 있었더라도 책임이 면제되기는 어렵다"고 이 지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A씨의 발 빠른 대처는 법정에서 그의 편이 되어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게시 후 10분 이내 삭제를 시도하고 성명서 철회 공지를 한 점은 반성 및 신속 정정으로 참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익 위한 행동이었는데…
A씨는 사적 감정이 아닌, 조합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활동이었다고 항변했다. 우리 형법 제310조는 진실한 사실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렸을 때 처벌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명시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이 조항의 보호를 받기는 어렵다고 봤다.
가장 큰 이유는 성명서 내용이 진실한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무율 전준휘 변호사는 "의혹을 사실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공익적 목적으로 게시했다면 위법성이 조각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게시한 내용을 사실로 믿을 만한 근거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A씨 스스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임을 인지한 이상, 이 방패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은 열쇠는 합의
그렇다면 A씨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일까. 모든 변호사가 이구동성으로 '피해자와의 합의'를 꼽았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형사 절차는 그대로 멈춘다. 검찰이 기소할 수도 없고, 재판도 열리지 않는다. 법무법인 선승 안영림 변호사가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며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원만히 합의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결국 법적 다툼을 끝내고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이런 사정을 충분히 주장하지 않으면 단순히 허위사실 적시라는 형식적 요소만으로 기소될 수 있다"며 변호사를 통해 방어권을 행사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